금융위기로 인해 해외에서 빌린 돈의 재융자(리파이낸싱)가 어려워진 러시아의 올리가르히(과두재벌)들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87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올리가르히의 생사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인해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은 연내 만기가 되는 390억달러의 해외 부채를 재융자(롤오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에도 추가로 1157억달러의 외채 만기가 돌아온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기업들의 외채 상환에 지장이 없도록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을 통해 500억달러를 지원하고,은행들에 370억달러 규모의 5년 기한 대출을 시행한다는 구제금융안을 내놨다.

세계 최대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VEB에 10억달러를 요청했고,러시아 2위 석유회사인 루코일도 투자프로젝트를 위해 20억∼50억달러의 자금을 신청했다. 러시아 최고 갑부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소유한 알루미늄업체 루살도 최근 자금난에 일부 해외자산을 매각한 데 이어 VEB에 구조 신호를 보냈다. 러시아 2위 은행인 VTB도 외채상환을 위해 23억달러의 자금을 빌려달라고 신청했다.

VEB 측은 이미 신청된 금액만 500억달러를 초과해 모든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외자를 빌려 러시아에 투자하는 데 사용한 기업에만 지원금이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과 업계에선 정부와 사이가 좋은 기업만이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재벌인 알렉산더 레베데프는 "포브스 갑부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는 사람들은 지원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