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부동산시장 '패닉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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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채 덤으로 줘도 안팔려
급매물 쏟아져도 거래는 한산
문닫은 중개업소 올해만 7800곳
베이징 부동산 시장이 패닉(공황심리) 상태에 빠져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문회보는 14일 남부 선전에서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가 상하이 베이징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에 이어 중앙정부도 이르면 내달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차이나데일리가 이날 전했다. 9,10월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성수기지만 올해는 거품 붕괴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회보는 베이징 신규 분양주택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기존주택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져들어 긴급히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인 중위안의 경우 급매물이 전체 등록 매물 가운데 20%에 이른다. 베이징에선 이달 들어 매물로 나온 아파트 가운데 80% 이상이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 입주를 시작하는 베이징 팡산구에 있는 시청궈지 아파트의 경우 한 채를 사면 한 채를 덤으로 준다는 '마이이쑹이(買一送一)'를 내세우면서 주택가격을 50%나 할인,㎡당 3650위안(약 65만7000원)에 팔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대거 투자한 왕징 지역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월 9000위안(162만원)을 받던 왕징 지역 아파트 임대료가 최근 8000위안(144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위축은 거래 급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9월 베이징시 주택 거래는 2788채로 3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베이징에서 지난해 말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부동산 중개업소만 7800여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회보는 올해 기존주택 판매가 8만채에 그치면서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상하이도 주택거래가 급감하면서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기존주택 판매는 4667채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9% 줄어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고 제일재경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신규주택 판매도 76.8% 감소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모건스탠리 등 자금압박을 받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중국에서 매입한 부동산을 다시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소식은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이후 선전시에서부터 하강하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가 주요 도시로 확산되면서 금융회사 부실이 커지고 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부동산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주택 및 도농건설부가 이르면 내달 내놓을 부동산 긴축완화 정책의 골자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보다 소비 진작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주택을 구매할 때의 규제를 없애거나 부동산 매입시 세금을 감면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