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사흘간 157원 급락 … 10월 상승분 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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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사이드카' 올들어 14번째 … 변동성 여전히 커
국내 금융시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 주말 미국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8%가량 폭락하고 유럽 주요 증시가 7~8%가량 급락하면서 불안감이 컸지만 워싱턴(G20 회의)과 파리(유로존 15개국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국제 공조가 확인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70원 넘게 급락하고 코스피지수는 4% 가까이 급등했다. 시장에선 "일단 패닉(심리적 공황)은 끝난 것 같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환율 오버슈팅(과열) 해소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238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동안 157원 급락한 것으로 10월 들어 오른 환율이 거의 만회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공조 체제를 구축한 데다 한국 정부가 전방위 환율 안정 조치를 취하면서 '달러화 매도'가 잇따랐다.
정부는 이날 투신권의 달러화 환매수를 외환시장 개장 중에 금지하고 대신 장외 거래로 유도하기로 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요즘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50억달러 안팎인 데 반해 투신권의 달러화 환매수 규모는 6억~8억달러에 달한다"며 "투신권에 대한 달러화 매수 규제로 환율 안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주말에는 은행의 거래 내용을 일별로 보고받아 환투기 세력 적발에 나서기로 했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은 보유 달러화를 매도하고 있다. 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원ㆍ달러 환율을 1002원가량으로 분석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거론하며 "적정 환율은 그 정도 수준일 것"이라고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오버 슈팅(과열)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화 자금난도 개선될 조짐이다. 이날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스와프 포인트(선물 환율―현물 환율)는 마이너스 6원50전으로 지난 주말 마이너스 10원보다 개선됐다. 스와프 포인트의 마이너스가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 전환할 전망"이라며 "통계 지표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 달러화 유동성 부족 우려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등장세 가능성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30포인트 넘게 출발해 환율 하락 소식에 한때 1290선까지 오르면서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면서 "유럽 15개국 긴급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확산된 금융 위기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원ㆍ달러 환율이 사흘째 큰 폭으로 빠지면서 유동성 압박이 풀릴 경우 국내 증시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장중에는 선물가격 급등에 따라 양 시장 모두 프로그램 매도ㆍ매수 호가를 정지하는 사이드 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올 들어 14번째였다. 1996년 이 제도를 도입한 거래소가 2001년 5월부터 현재와 같은 사이드 카 발동 요건(선물가격 5% 이상 변동)을 적용한 이후 가장 많았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변수가 많긴 하지만 단기간 반등을 기대할 여건이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이어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를 비롯한 국제 단기 금리가 떨어질 경우 금융위기 불안감이 잦아들며 단기적이나마 반등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학주 센터장은 "소비 위축의 정도에 따라서는 기업과 금융회사가 추가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외신들도 분위기 반전을 알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펀드 매니저들의 말을 인용,"EU 15개국들이 금융위기 관련 공조 대책을 내놓자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시장이 한숨을 돌렸다"고 전했다.
주용석/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