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특성 어쩔수 없어" VS "명백한 하자"

아파트 외벽에 생긴 0.3㎜ 미만의 '미세 균열'은 법적으로 손해 배상해야 하는 하자로 볼 수 있을까.

법원은 대체로 0.3㎜ 미만의 '미세 균열'을 하자로 인정해 왔다. 천안에 있는 B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살고 있는 아파트 외벽에 균열이 보이자 이 아파트를 건축한 대한주택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1부는 폭 0.3㎜ 이하의 균열에 대해 "미세 균열을 통해 빗물 및 공기 등이 유입되면 철근 부식으로 균열이 확산되고 건물의 내구력이 감소해 안전상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하자로 인정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도 지난 9월 성남시의 H빌라 주민 13명이 K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세 균열이라고 해도 계절별 온도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균열된 틈 사이로 이산화탄소나 빗물이 들어가면 균열이 더 진행된다"며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되므로 하자보수 대상이 맞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판례들에 대해 건설사들은 0.3㎜ 미만의 균열은 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건설 사건 전문인 김명종 변호사는 "아파트 하자보수 비용이 100가구당 평균 1억원 정도 나오는데 이 중 80~90%가 미세 균열로 인한 보수 비용"이라며 "시공에 있어서의 잘못과 무관하게 콘크리트가 가지는 재료의 특성상 발생하는 미세 균열은 하자보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런 건설사 등의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는 S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S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에서 미세 균열은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콘크리트는 일정 정도의 균열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재료인 점 △건교부가 콘크리트의 구조설계 기준을 습한 환경에서 0.3㎜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 △해당 균열이 진행되고 있는 균열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보면 미세 균열을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홍준호 공보판사는 "건물마다 제각각 상태가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미세 균열이 하자다 아니다를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