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원 떨어져…안정 기대 높아져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달러를 잇따라 매도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환투기 세력 적발에 나선 가운데 지난 주말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280원까지 하락했다. 한때 15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안정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0원 하락,1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ㆍ달러 환율 종가(1309원)보다 29원 낮은 수준이다. NDF 시장의 움직임은 다음 날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환율 급락으로 그동안 외환시장을 짓누르던 일방적인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꺾였다는 점에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 9일 3억~4억달러를 매도한 데 이어 10일에는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각각 1억달러를 매도하면서 '환율이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0대 그룹 자금담당 임원들이 지난 10일 모임을 갖고 "정부 정책에 호응해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데 적극 협조하자"고 합의한 만큼 기업들이 '도미노 달러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이 환투기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은행의 외환거래 내역을 하루 단위로 보고받아 점검하기로 하면서 '투기성 달러 매수'가 위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순간부터 오버슈팅(과열)"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국만큼 '최악'은 아닌 데다 10월부터는 경상수지도 흑자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시장에 '환율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이 오를 때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떨어질 때는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