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자산버블 붕괴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증시 하락이 1929년 경제 대공황 이후 가장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조정을 받은 경우는 경제 대공황 이후 다섯 차례 있었다.

세계 대공황으로 주가가 급락한 1929년 9월부터 1932년 7월까지 2년10개월간 S&P500지수는 86.15%나 하락했다. 또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37년 3월부터 1942년 4월까지 5년1개월간 59.51% 내렸으며 1차 오일쇼크인 1973년 1월부터 1974년 9월까지 1년8개월간 46.98%나 빠졌다.

블랙먼데이 때는 단기간에 빠졌다가 곧바로 회복했다. 1987년 8월부터 2개월간 32.66% 하락한 후 급반등했다. 구조적으로 경기와 맞물린 하락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이 수급상 악순환으로 연결되면서 '패닉'이 전개된 터라 회복도 빨랐다.

2000년 들어서는 IT(정보기술)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2년7개월간 48.47% 급락했다. 이번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급락장에서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1576.09에서 전일 909.92로 42.26%나 내린 상태다. 불과 1년 만에 하락률이 40%를 넘어선 것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1팀장은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나 IT버블보다 가파른 주가 급락세"라며 "30%대에서 조정이 마무리 된 것은 블랙먼데이뿐으로 나머지는 모두 추가 하락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가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조 팀장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책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가 하락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나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