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 한때 1485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서 전날보다 15원50전 내린 1379원50전으로 마감했다. 하루 등락폭만 무려 100원이 넘는 것으로,갈피를 잡을 수 없는 극심한 혼란 장세가 아닐 수 없다.

어제 환율하락이 당국 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환율급등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기 어렵고,불안감도 여전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지난 5거래일 동안에만 환율은 200원 가까이 올랐다.

외환시장 불안이 증폭(增幅)되고 있는 요인은 물론 달러 유동성 부족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외국인이 우리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만 10조원을 넘고,무역수지도 9월까지 14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소액의 매수주문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투기세력까지 가담해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독 원화 환율만 이상 급등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히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 외환보유고가 크게 부족하지 않고,달러 수급구조도 과거의 외환위기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달러가 시장에서 돌지 않는 것은 불안심리에 따른 과도한 쏠림(오버슈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탓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환율을 결코 적정하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그동안 단기간에 폭등한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최근의 유가하락에 힘입어 10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정부가 추진중인 미국 및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통화스와프,국민연금의 외자유치 등이 가시적 성과를 거둔다면 달러유동성에 숨통이 트이면서 상황이 반전될 소지도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 공조(共助)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따라서 경제 주체들은 보다 냉정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내다보고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나친 불안감으로 판단을 그르치고 당장의 시장 움직임에 휩쓸리다 보면 혼란만 더욱 가중되면서 자칫 환율급락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산이 높으면 그만큼 골도 깊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