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임원 임금을 동결하고 예정된 행사도 취소하는 등 경비 줄이기에 나섰다. 기존 투자계획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9일 산하 전 계열사 사장들에게 '불안정한 현 경제상황 관련 당부 사항'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내 "수익성 하락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경영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수익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B금융지주는 11월3일로 예정된 지주회사 출범기념 리셉션을 취소했으며 광고 계획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그룹 임원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리스크 관리와 고객 보호라는 본분에 충실하면서 국내외 금융불안에 대비하는 노력과 실천의지를 당부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달 위기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주요 계열사 리스크 담당 임원들이 참석해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이팔성 회장 주재로 매월 둘째,넷째주 월요일에 계열사 최고 경영진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는 시장정보 공유와 함께 유동성 현황 등을 점검하게 된다. 우리금융의 임원 급여는 5년째 동결된 상태다.

신한금융지주는 매주 라응찬 회장 주재로 열리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금융시장 여건을 주시하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지난 1일 월례 조회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을 딴 것으로,마지막에 살아남으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 행장은 "신용경색과 경기둔화로 제조업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은행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말 실적 발표회에서 김승유 회장이 "비상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