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파리모터쇼 글로벌 자동차업계 新트렌드

지금부터 4년 뒤인 2012년 여름.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나환경씨는 퇴근 후 자신의 자동차를 아파트 지하에 주차했다. 주차장 벽에 설치된 전류함에 본인 ID카드를 갖다댄 뒤 전기 코드를 뽑아 자동차에 꽂았다. 밤새도록 차에 전기를 충전한 그는 다음 날 아침 40㎞ 떨어진 회사로 차를 몰았다. 8시간 충전한 데 따른 전기료는 월 3만∼4만원 수준.값비싼 휘발유 대신 전기로 연료를 대신한 것이다. 운전할 때도 엔진 소음에 시달릴 필요가 없었다.

미래 전기차가 상용화됐을 때의 가상 시나리오다.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값 싼 전기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제성 △전기 코드만 꽂으면 충전되는 편리성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꿈의 차로 불린다.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프랑스 파리 포르트 베르사이유 박람회장에서 열리고 있는 '2008 파리모터쇼'는 이 같은 전기차의 상용화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혁신적인 전기차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새로운 트렌드는 '전기차'

닛산은 획기적 도심형 전기차인 누부(새로운 시각 'new view'란 뜻)를 선보였다. 전면 유리지붕이 태양전지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태양전지 패널이 나무 잎사귀처럼 생겼다. 차체 길이가 3m 밖에 되지 않으며,3명이 앉을 수 있다. 닛산 관계자는 "전기를 사용하는 경차여서 운전하기 쉽고 도심 주차난에도 대응하기 좋다"며 "다만 컨셉트카 형태이기 때문에 양산 모델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임러 그룹의 미니카 브랜드인 스마트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스마트 포투 전기차를 처음 내놨다. 메르세데스 벤츠 기술력이 보태져 경차이면서도 안전을 강화했다.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량을 길거리에서 보는 것이 더 이상 과학소설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며 "미래 자동차의 동력은 친환경이고 우리가 이 친환경 차량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경차 전문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카는 100% 전기차인 엠고(M.GO)를 내놨다. 2인승과 4인승으로 구분되며,4시간 충전하면 최대 140㎞를 주행할 수 있다.

GM은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간단하게 전기 코드로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시보레 볼트)을 공개했다. 휘발유 겸용 1000㏄ 터보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인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110V 전압으로 8시간,240V 전압으로는 3시간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로만 주행하면 최대 64㎞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충전량이 바닥나면 휘발유 엔진 동력을 통해 재충전된다. 최고속도는 시속 161㎞다.


2010년엔 양산모델 쏟아진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 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도시지역 등 비교적 짧은 거리의 이동에 적절한 소형 전기차를 개발,전 세계 판매에 나선다. 크라이슬러 역시 같은 해부터 북미 및 유럽시장에 전기차를 투입한다. 우선 3종의 전기차를 개발한 뒤 이 중 1개 모델을 양산키로 했다.

전기차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닛산도 2010년 일본 및 미국에 신차를 투입한 뒤 2012년엔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 GM도 2010년부터 전기차 판매를 개시한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아이 미브'란 전기차를 이미 개발,내년 시판을 앞두고 있다. 최대 주행거리가 160㎞에 달하며 내년 하반기에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스바루 역시 15분 만에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부터 전기차를 국내외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환경규제로 전기차 상용화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이 본격 형성되려면 별도의 충전용 전원을 주거 및 업무시설의 주차장 곳곳에 설치하는 인프라 투자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전원을 끌어쓰기가 쉽지 않은 만큼 돈을 내면 상시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파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