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30% 이상 날린 해외펀드 '펀드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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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조 이상 빠져 … 주식형 100조원 붕괴 눈앞
작년 10월 가입자 피해 막심 … 中펀드는 '반토막'
전문가 "긴급 자금 아니면 반등까지 더 버텨야"
주식시장이 펀드 환매로 비상이 걸렸다. 주가 급락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뭉칫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 달 사이에 20조원 이상이 빠져 월간 기준으로 5년6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1년2개월여 만에 100조원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고점 무렵에 대거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타격이 막심하다. 손실이 워낙 큰 상황에서 환매 시기를 놓쳐 펀드를 팔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통상 주가가 반등하면 환매 물량이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주가가 일시 회복되면 환매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8일 코스피지수가 1300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무조건 현금을 확보하려고 손절매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두달새 계좌 32만개 줄어
한국은행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펀드 잔액은 20조4000억원 급감했다. 이는 2003년 3월의 24조2000억원 감소 이후 최대다.
상품별로는 기관 자금이 많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가 각각 12조7000억원,3조5000억원 감소했다. 주식형펀드는 1조1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협회가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월간 최대 감소액이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지난 6일 기준으로 101조5332억원을 기록했다. 8일 급락장을 감안하면 지난해 8월28일(100조5266억원)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내와 해외를 포함한 주식형펀드 계좌 수는 8월 말 현재 1784만5755개로 두 달 사이에 무려 32만4416개(1.78%)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계좌 수 감소는 단순히 주가 하락으로 유입 자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아예 펀드시장을 떠난다는 뜻이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손실이 큰 해외 펀드에서는 자금 이탈이 심각해 거의 '펀드런'을 방불케 하고 있다. 9월 감소분 중 75%에 이르는 8300억원이 해외 펀드에서 나갔다. 중국펀드에서 3200억원,브릭스펀드에서는 25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매월 자금이 순유입됐던 브릭스펀드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신규 유입 자금보다 환매액이 더 많았다. 이로써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 잔액은 3개월 사이에 총 1조2500억원 줄었다.
실제 두 지역의 대표 상품에서 자금이 대거 빠졌다. 9월 중 '슈로더브릭스'는 1600억원 잔액이 줄었고 '봉쥬르차이나'(-738억원)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535억원) 등 잔액 2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들이 자금 이탈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매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실망한 투자자들이,반대로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손절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주식형펀드 환매 추이를 보면 일 평균 환매 금액은 지수가 1200선일 때 475억원에 불과했지만 2000에 가까워지면 3157억원까지 증가했다"며 "환매 금액만 보면 향후 증시가 반등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환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매 전략
이에 따라 운용사들도 주식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환매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운용사들의 주식형펀드 내 주식 비중은 미래에셋(87%) 한국(87%) 삼성(88%) KB(81%) 하나UBS(77%) 등으로 90%를 밑돌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31.27%로 극히 부진하다. 중국펀드는 -49.06%로 거의 반토막 상태이고 러시아(-45.96%) 중남미(-34.05%) 브릭스(-31.37%) 등 해외 펀드 대부분이 3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해외 펀드 열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무렵 가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 전문가들은 여전히 섣부른 환매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국내형은 일단 버틸 것을 권한다"며 "다만 해외 펀드는 가입 기간이 길어서 손실폭이 작을 경우 일부 환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긴급한 자금이 아니면 가급적 연말까지는 회복 여부를 지켜보는 편이 낫다"며 "반등할 경우 중국펀드 등 특정 상품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투자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 용어풀이 ]
'펀드런'과 '환매'
펀드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펀드런(fund-run)'과 '환매'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환매는 투자자가 펀드 가입계약을 해지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펀드런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하는 '뱅크런(bank-run)'에서 유래된 말로 환매가 일시에 집중적으로 벌어져 대량으로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환매가 얼마나 빠르게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져야 펀드런으로 부른다는 기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환매가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매를 초래하는 기본적인 시장 요건과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악화되면 펀드런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해외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금액이 급증했지만 투자자들의 공황상태가 동반되지 않았고 산발적으로 환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아직 펀드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년 10월 가입자 피해 막심 … 中펀드는 '반토막'
전문가 "긴급 자금 아니면 반등까지 더 버텨야"
주식시장이 펀드 환매로 비상이 걸렸다. 주가 급락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있던 뭉칫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 달 사이에 20조원 이상이 빠져 월간 기준으로 5년6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1년2개월여 만에 100조원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고점 무렵에 대거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타격이 막심하다. 손실이 워낙 큰 상황에서 환매 시기를 놓쳐 펀드를 팔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통상 주가가 반등하면 환매 물량이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주가가 일시 회복되면 환매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8일 코스피지수가 1300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무조건 현금을 확보하려고 손절매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두달새 계좌 32만개 줄어
한국은행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펀드 잔액은 20조4000억원 급감했다. 이는 2003년 3월의 24조2000억원 감소 이후 최대다.
상품별로는 기관 자금이 많은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가 각각 12조7000억원,3조5000억원 감소했다. 주식형펀드는 1조1000억원 줄었다. 자산운용협회가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월간 최대 감소액이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지난 6일 기준으로 101조5332억원을 기록했다. 8일 급락장을 감안하면 지난해 8월28일(100조5266억원)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내와 해외를 포함한 주식형펀드 계좌 수는 8월 말 현재 1784만5755개로 두 달 사이에 무려 32만4416개(1.78%)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계좌 수 감소는 단순히 주가 하락으로 유입 자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아예 펀드시장을 떠난다는 뜻이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손실이 큰 해외 펀드에서는 자금 이탈이 심각해 거의 '펀드런'을 방불케 하고 있다. 9월 감소분 중 75%에 이르는 8300억원이 해외 펀드에서 나갔다. 중국펀드에서 3200억원,브릭스펀드에서는 25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 매월 자금이 순유입됐던 브릭스펀드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신규 유입 자금보다 환매액이 더 많았다. 이로써 중국펀드와 브릭스펀드 잔액은 3개월 사이에 총 1조2500억원 줄었다.
실제 두 지역의 대표 상품에서 자금이 대거 빠졌다. 9월 중 '슈로더브릭스'는 1600억원 잔액이 줄었고 '봉쥬르차이나'(-738억원)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535억원) 등 잔액 2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들이 자금 이탈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매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실망한 투자자들이,반대로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손절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년 이후 코스피지수와 주식형펀드 환매 추이를 보면 일 평균 환매 금액은 지수가 1200선일 때 475억원에 불과했지만 2000에 가까워지면 3157억원까지 증가했다"며 "환매 금액만 보면 향후 증시가 반등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환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매 전략
이에 따라 운용사들도 주식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 환매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운용사들의 주식형펀드 내 주식 비중은 미래에셋(87%) 한국(87%) 삼성(88%) KB(81%) 하나UBS(77%) 등으로 90%를 밑돌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31.27%로 극히 부진하다. 중국펀드는 -49.06%로 거의 반토막 상태이고 러시아(-45.96%) 중남미(-34.05%) 브릭스(-31.37%) 등 해외 펀드 대부분이 3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해외 펀드 열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0월 무렵 가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펀드 전문가들은 여전히 섣부른 환매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국내형은 일단 버틸 것을 권한다"며 "다만 해외 펀드는 가입 기간이 길어서 손실폭이 작을 경우 일부 환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긴급한 자금이 아니면 가급적 연말까지는 회복 여부를 지켜보는 편이 낫다"며 "반등할 경우 중국펀드 등 특정 상품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투자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 용어풀이 ]
'펀드런'과 '환매'
펀드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펀드런(fund-run)'과 '환매'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환매는 투자자가 펀드 가입계약을 해지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펀드런은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하는 '뱅크런(bank-run)'에서 유래된 말로 환매가 일시에 집중적으로 벌어져 대량으로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환매가 얼마나 빠르게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져야 펀드런으로 부른다는 기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환매가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펀드런'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매를 초래하는 기본적인 시장 요건과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악화되면 펀드런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해외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금액이 급증했지만 투자자들의 공황상태가 동반되지 않았고 산발적으로 환매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아직 펀드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