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예산中 찾은 스티븐스 美대사 "예산은 외교관의 꿈 키워준 곳…"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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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제자·동료들과 '감격의 재회'
"모든 것이 몰라보게 달라졌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는 33년 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머물며 영어교사로 일했던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를 8일 오후 다시 찾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검은색 치마 정장에 미색 카디건 차림으로 예산중 교문 앞에 선 스티븐스 대사는 이 학교 박종완 교장(62)과 당시 제자였지만 이제는 모교 교사로 재직 중인 박창일 교사(47),함께 근무했던 권영란 교사(57)로부터 꽃다발과 함께 뜨거운 영접을 받으며 학교에 들어섰다.
재학생 300여명의 환호 속에 교정에 들어선 스티븐스 대사는 줄지어 늘어선 학생들에게 정감어린 표정으로 "몇학년이냐"고 우리말로 물어보며 악수를 하는 등 시종 감격에 겨운 모습이었다.
스티븐스 대사는 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 답사에서 "1975년 9월,한국에 온 지 10주 만에 혼자 기차를 타고 예산에 도착해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예산중학교에 걸어서 출근했다"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는데,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33년이 지난 지금 미국 외교관으로 다시 돌아왔다"면서 "외교관은 다른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고,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인데 나는 예산에서 외교관이 되는 길을 배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스티븐스 대사는 당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동료 교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던 중 감격에 겨운 듯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자신이 했던 것처럼 후배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는 교실에서 이뤄지는 영어수업과 태권도 시범도 참관했다.
그는 이어 백과사전과 미국을 소개하는 도서 123권을 학교에 기증하고 기념식수를 한 뒤 김동국 충남 예산교육장으로부터 '명예 충남교사' 위촉장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를 영접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권영란 교사는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옛날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라며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오전 예산군청을 방문,최승우 군수 등 전직원의 환영을 받았다.
군청 현관에 마련된 방명록에 '주한미국대사 심은경'이라고 한글로 쓴 스티븐스 대사는 최 군수로부터 자신의 이미지가 새겨진 목제 항아리와 1975년 당시 예산중의 전경을 담은 그림을 선물받은 뒤 "당시 모습과 똑같다"면서 "관저에 걸어놓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이어 당시 기거했던 예산읍 예산리 하숙집터를 찾아 하숙집 가족 황규윤씨(45) 등 3명과 감격어린 재회의 시간을 가졌다.
스티븐스 대사는 9일에도 옛 제자 및 동료들과 인근 수덕사를 찾아 등산을 함께 하며 재회의 정을 나눈 뒤 오후 귀경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