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었던 지난 4일 밤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야외상영장.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스카이 크롤러'를 감상하던 500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정전사태로 영화가 갑자기 중단됐으나 주최 측은 20여분간 아무런 해명도 없었다. 발전기 이상으로 발생한 정전사태에 마이크마저 작동이 안 됐기 때문.관객들은 어둠 속에서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50여분 뒤 영화가 다시 시작됐지만 이미 상당수의 관객들이 자리를 뜬 뒤였다. 상영중단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주최 측은 홈페이지에 표를 전액 환불해준다며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개인사정으로 토요일 저녁 영화를 보고 부산을 떠난 관객들은 또 다른 불편을 겪었다. 부산에 있는 임시매표소에서 직접 환불하지 못한 사람은 티켓을 우편으로 보내야 했던 것.최지연씨(27·서울)는 "영화 예매는 온라인으로 해놓고 환불은 우편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관객의 편의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관람객들의 관람예절도 수준 이하였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품인 터키의 누리 빌게 세일란 감독의 '쓰리 몽키스'가 상영된 4일 오후 부산극장.영화 상영 도중 휴대전화 통화를 계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사람들은 영화 중간 중간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심지어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야 가자'라며 몰려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에서 온 로넌씨는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보는 것이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라며 "불이 켜지기 전 조용하게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로 13회째를 맞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개막 전부터 인터넷 예매 분이 동나는 등 양적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하지만 이 영화제가 베니스,칸,베를린 영화제처럼 진정한 '국제'영화제가 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보였다.

부산=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