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미쓰 홍당무'] 착각女가 벌이는 짝사랑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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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선생님.제가 이렇게 쓸데없이 '삽질'을 하는 이유는요,학교 사람들 눈이 있기 때문이구요. 선생님께서 여기 와 계신 이유는요,우리가 '위험을 무릅쓴' 관계임을 인정하시는 거잖아요. "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 '미쓰 홍당무'에서 주인공 양미숙(공효진)이 교정에서 땅을 파며 서 선생에게 건네는 이 말은 그녀가 처한 상황과 캐릭터를 함축하고 있다.
잘생긴 유부남인 서 선생을 짝사랑하는 양미숙은 서 선생도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삽으로 땅을 파면서 서 선생에게 말을 붙이는 것이다. 양미숙의 대사와 행위를 관통하는 '삽질'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의 망상에 빠진 양미숙에게 서 선생으로부터 관심을 빼앗아가는 동료 교사 이유리는 퇴치해야할 '공적 1호'다. 그녀는 왕따인 서 선생 딸과 결탁해 '삽질 소동'을 벌인다.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의 말을 빌리면 "양미숙은 한국 영화에서 처음 소개되는 캐릭터"다. 29세 러시아어 교사인 양미숙은 툭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려 있고 신경질적인 말투와 도전적인 눈빛에다 패션 센스는 제로다. 이런 비호감적인 요소보다 더 큰 문제는 우연히 옷깃을 스친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과대망상증이다.
서 선생과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회식 후 퇴근길 택시에 동승한 서 선생이 손으로 무심코 양미숙의 귀와 다리를 스친 것에 대해 그녀는 자가발전한다. "저,서 선생님도 기억하시겠지만 그 때 선생님이 제 귀를 핥으시면서…. 로맨틱하게 속삭이셨어요. 너,참 맛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때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가 내뱉는 거침없는 대사가 이 영화의 무기다. 외모컴플렉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양미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한다. 못난 외모로 사랑을 전하지 못하는 여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담아낸 '코르셋'과 '미녀는 괴로워'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대부분의 한국 멜로영화 여주인공들은 사랑의 출력에 문제를 지녔지만 양미숙은 사랑에 대한 입력에 문제가 있는,희귀한 캐릭터"라고 평가한다.
양미숙역을 잘 소화해낸 공효진은 "재미있는 캐릭터여서 별다른 생각없이 맡았지만 촬영 과정은 액션물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16일 개봉,19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 '미쓰 홍당무'에서 주인공 양미숙(공효진)이 교정에서 땅을 파며 서 선생에게 건네는 이 말은 그녀가 처한 상황과 캐릭터를 함축하고 있다.
잘생긴 유부남인 서 선생을 짝사랑하는 양미숙은 서 선생도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삽으로 땅을 파면서 서 선생에게 말을 붙이는 것이다. 양미숙의 대사와 행위를 관통하는 '삽질'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의 망상에 빠진 양미숙에게 서 선생으로부터 관심을 빼앗아가는 동료 교사 이유리는 퇴치해야할 '공적 1호'다. 그녀는 왕따인 서 선생 딸과 결탁해 '삽질 소동'을 벌인다.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의 말을 빌리면 "양미숙은 한국 영화에서 처음 소개되는 캐릭터"다. 29세 러시아어 교사인 양미숙은 툭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려 있고 신경질적인 말투와 도전적인 눈빛에다 패션 센스는 제로다. 이런 비호감적인 요소보다 더 큰 문제는 우연히 옷깃을 스친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과대망상증이다.
서 선생과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회식 후 퇴근길 택시에 동승한 서 선생이 손으로 무심코 양미숙의 귀와 다리를 스친 것에 대해 그녀는 자가발전한다. "저,서 선생님도 기억하시겠지만 그 때 선생님이 제 귀를 핥으시면서…. 로맨틱하게 속삭이셨어요. 너,참 맛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때 객석에선 웃음이 터진다.
이처럼 독특한 캐릭터가 내뱉는 거침없는 대사가 이 영화의 무기다. 외모컴플렉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양미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한다. 못난 외모로 사랑을 전하지 못하는 여주인공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담아낸 '코르셋'과 '미녀는 괴로워'보다 한 걸음 나아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대부분의 한국 멜로영화 여주인공들은 사랑의 출력에 문제를 지녔지만 양미숙은 사랑에 대한 입력에 문제가 있는,희귀한 캐릭터"라고 평가한다.
양미숙역을 잘 소화해낸 공효진은 "재미있는 캐릭터여서 별다른 생각없이 맡았지만 촬영 과정은 액션물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16일 개봉,19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