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뭘 받아먹었길래’‘또라이 미친×은 물러나라’

서울 목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입주자 모임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십개씩 주부 김모씨에 대한 욕이 올라왔다.그가 시민단체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트집을 잡아 아파트값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면서다.처음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기정사실화 됐고,결국 그는 입주자 모임의 회장 직을 내놓았다.이에 김씨는 게시판에 올라온 비방글들을 모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소장을 받고 경찰서에 다녀온 입주자들은 그제서야 김씨에 대한 비방을 멈췄다.차분하면서도 적극적인 그의 대처가 ‘괴담’을 잠재운 셈이다.

3일 탤런트 최진실씨가 ‘25억 사채 괴담’에 따른 충동적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헛소문에 대해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하고 있다.아예 무시하거나 극단적으로 반응하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은 모교사는 괴담 때문에 결혼 한달만에 파경을 맞았다.군대에서 제대한 옛 애인이 그의 결혼에 앙심을 품고 학교 게시판에 헛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다.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이를 들은 남편과 다투다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그를 상담한 의사는 “성(性)과 관련된 루머를 들으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는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무시하기보다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파경’이란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괴담은 일단 번지기 시작하면 점점 더 ‘믿을 만한 버전’으로 바뀌고,횟수가 증가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는 “괴담은 주인공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그냥 두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는 식으로 계속 퍼지게 된다”고 말했다.루머 연구의 대가인 니콜라스 디폰조 역시 ‘루머의 심리학’ 책에서 “초기 단계에서 전략이 중요하다”며 “루머 유포자를 밝혀 처벌하는 방법도 있지만 루머의 주체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전략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민수 고려대 교수(신경정신과)는 강한 부정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강한 부정은 긍정이 된다”며 “예를 들어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헛소문이나 곤경에 빠진 사람이라면 강하게 부정하기 보다는 회사의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