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석유 전문가인 필립 벌리거 캐나다 캘거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수요가 줄어들면 국제 유가가 현재와 같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결코 머물 수 없을 것"이라며 "50달러 밑으로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벌리거는 "지금의 경제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것"이라며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깊은 심연으로 빠진다면 유가가 10달러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경기 둔화가 침체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 유가는 내년에 배럴당 50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메릴린치는 이와 함께 내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을 당초 예상치인 107달러에서 90달러로 16% 하향 조정했다. 메릴린치는 금융 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수요 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능력은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요 증가세도 내년에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4.56달러(4.6%) 하락한 배럴당 93.97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17일 이후 최저치로 사상 최고치였던 7월11일(147.27달러)에 비해 36%가량 떨어진 상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