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IPS 공동 '국가경쟁력 포럼'] 세계적 금융위기 … 우리 펀더멘털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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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잠재력은 '글로벌 6' … 교육ㆍ관료주의가 발목
"희망적인 메시지다. 정부와 기업들이 차별화 전략만 제대로 세우면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6위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 "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일 열린 '2008 국가경쟁력포럼'에서 'IPS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며 이 한마디로 말을 맺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국면에서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은 과연 튼튼할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 참여자들의 의중을 읽은 듯했다.
희망은 있지만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관료주의,낙후된 교육경쟁력, 노사갈등,기업윤리 등이 발목을 잡아 한국의 경쟁력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올해 순위도 지난해보다 1계단 상승한 22위에 그쳤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산업정책연구원(IPS),국제경쟁력연구원(IPS-NaC)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 포럼에는 150여명이 참석했다.
◆차별화 집중하면 희망적
올해 1위 자리는 지난해 네덜란드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던 미국이 탈환했다. 2~5위는 네덜란드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이 각각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홍콩이 6위로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8위) 일본(16위) 중국(20위) 대만(21위) 한국 태국(25위) 순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23위에서 한 단계 올라서 2006년 수준이던 22위를 회복했다.
한국은 국가별 경쟁력을 원가경쟁력과 차별화경쟁력의 두 가지로 나누었을 때 큰 차이를 보였다. 원가경쟁력만 따졌을 때는 무려 35위까지 밀려났다. 원가경쟁력에서 중진국은 물론 그나마 자신있다던 일본 등 선진국들에마저 뒤처졌다.
반면 풍부한 저가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은 이 부문에서 3위로 조사됐다. 차별화경쟁력 측면에서는 한국이 종합 국가경쟁력보다 다소 높은 20위였으며 중국은 24위였다. 한국은 차별화 전략에 집중할 경우 6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조 교수는 "한국이 더 이상 원가를 앞세워서는 국제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와 재계가 어느 방향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순위는 올라가거나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교육이 바뀌어야
이번 조사는 △생산조건,수요조건,관련산업,경영여건 등 물적요소 부문과 △근로자,정치가 및 관료,기업가,전문가 등 인적요소 부문,그리고 △대내외적 변수 등 총 9가지 요소를 통해 측정됐다.
한국은 9가지 요소 중 수요조건 경쟁력에서 가장 높은 8위를 기록했다. 인구나 소득 대비 소비 수준이 높고 신제품·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각국이 한국을 신기술의 테스트마켓(시험조사 시장)으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기업가와 전문가 부문도 각각 14위,15위로 나타나 전체 국가경쟁력을 지탱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생산조건은 58위로 파키스탄이나 케냐에도 밀렸다. 경영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많고 기업도 글로벌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경쟁력 약화의 단골 주범으로 꼽히는 비윤리 경영,강성 노조도 경쟁력 약화 요인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렸다.
교육경쟁력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영어교육의 실용성은 63위로 최하위권이었으며 공립대학의 질(48위),1인당 교사수(52위) 등 교육시스템 전반이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했다. 정치가 및 관료 역시 37위에 그쳤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위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미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 수요조건 및 기업가,전문가 등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낙후된 교육시스템과 관료주의의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
이번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국가는 역시 중국이었다. 지난 2001년 45위로 조사 대상국가 중 중하위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한국을 밀어냈고 올해는 대만도 제쳤다. 중국은 한국과의 원가경쟁력에서 여전히 큰 폭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차별화 경쟁력 측면에서는 턱밑까지 좇아왔다.
요소별로는 한국보다 생산조건,근로자,정치 및 관료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쟁력 구조는 한국과 대만이 선진국형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형이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