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한국항공대학교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 301호는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많다. 입주 기업인 항공기계 전문업체 인텔레인(대표 강민영)의 임직원 4명이 66㎡ 남짓한 사무실에서 회의와 기술연구로 퇴근을 반납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인텔레인은 1996년 당시 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재학생들이 결성했던 무인항공기연구 소모임 '종이비행기' 회원들이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무인항공기 개발에 대한 꿈을 갖고 2005년 창업한 회사.인텔레인은 올해 4월 항공기의 균형이나 방향을 잡아주는 핵심항법장비인 GPS/INS 모듈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해 특허를 등록하면서 지식경제부의 'IT(정보기술) 우수기술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반년 만에 약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민영 대표는 "센터가 연구과제를 알선해 주거나 학교 측에 비치된 핵심 실험장비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하게 해 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대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는 1995년 산ㆍ학ㆍ연 컨소시엄으로 출발한 뒤 1999년 중기청으로부터 창업보육기관으로 지정됐다. 센터는 2006년부터 항공대의 특성을 살려 항공 관련 기술업체를 특화,육성 중이다. 현재 항공기술 관련업체 4곳을 포함해 입주사 중 약 78%인 21개사가 항공우주기술과 항공전자기계 및 정보통신 업체다.

지난 2001년 중기청의 지원을 받아 지상 4층 규모에 연면적 3703㎡ 크기로 지은 센터 건물에는 27개 업체가 들어와 있다. 입주기업들은 지난해 총 53억7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특허 및 실용신안 등 지식재산권 18개를 등록했다. 센터 측은 올해 약 86억6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센터는 2007년 대한민국 창업대전에서 창업지원기관부문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센터 출신 기업과 입주기업들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2003년 센터를 졸업한 하늘아이(대표 장중언)는 세계 최초로 학습 단계별 교육용 로봇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국 800여개 초ㆍ중ㆍ고교에 제품을 공급했으며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7개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해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1억5000만원어치의 자사 주식을 센터에 기부했다.

입주사들도 선배에게 뒤지지 않는다. 센서전문업체 한터알앤에프(대표 이정록)는 지난해 센서가 흙이 머금은 습기를 감지,자동으로 농지에 급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지금까지 약 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정록 대표는 "지난해 제주농업기술원에 시범설치됐고 올해는 담양 및 광주농업기술원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항공대 교수진과의 공동연구로 기술을 개발했으며 특허를 출원할 때도 센터에서 비용의 50%를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항공대 산학협력센터를 거쳐간 기업들의 성공 동력은 다른 대학 창업보육센터의 2배가 넘는 전담 지원인력 13명의 노력에 있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백중환 센터 단장은 "기술적인 애로사항뿐만 아니라 연 1∼2회 경영컨설팅과 각종 서류구비나 등록대행도 해주는 등 입주기업들의 행정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주고 있다"며 "업체당 평균 월 임대료도 인근 산업단지의 3분의 1 수준인 2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