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구잡이로 올린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깎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지난달 발표한 초안보다 깎이는 액수가 줄어 개혁 의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지방의원 의정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가이드라인은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비(연간 광역 1800만원ㆍ기초 1320만원) 외에 받는 월정수당 산정의 근거가 되는 '전국 평균액과 지자체별 재정력 지수' 반영 기간을 지난달 제시됐던 '2005~2007년'에서 올 의정비를 반영하기 위해 '2006~2008년'으로 바꿨다. 개정안은 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월정수당의 범위를 ±10%에서 ±20%로 확대했다.

전국 평균액 등의 반영 시점이 1년 늦춰지면 평균액이 올라가 의정비 삭감폭이 줄어든다. 서울시의원의 경우 현재 받는 월정수당을 포함한 연간 의정비가 현재 6804만원에서 내년엔 5475만원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초안의 기준을 적용할 때(5371만원)보다 104만원가량 인하폭이 줄어든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월정수당 폭이 ±20%로 커지면서 20%를 추가로 책정할 경우 서울시의원 한 명이 실제로 받아갈 수 있는 의정비는 연간 6210만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현재보다 고작 8.7%만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공개됐던 기준을 적용할 때에 비해 감소폭이 1076만원에서 594만원으로 44.8%까지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초안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의원 1인당 최대 482만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또 현재 광역의회 가운데 최고인 연간 7252만원을 받아가는 경기도 의원의 의정비 상한액은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수령액보다 21.7% 적은 5680만원이지만 새 기준으로는 14.5% 감소한 6203만원이 된다.

완화된 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광역의회의 81%(16곳 중 13곳) 기초의회의 82%(230곳 중 189곳)의 현 의정비가 기준액을 초과해 하향조정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의회 의장의 심의위원 선정 권한을 없애는 등 의정비 결정 방법과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의정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반 주민들은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지방의원들에게 주어지는 의정비가 여전히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행안부가 지난달 발표한 초안보다 후퇴한 방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정부의 개혁의지 자체가 의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