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조국땅을 밟은 이승만 박사는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고 외쳤다. 국민들이 뭉쳐 식민지 생활을 청산하고 더불어 나라를 일으켜 보자는 통합지향적인 구호였다. 당시 좌ㆍ우익으로 나뉘어 혼란스럽던 시기에 이 구호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우리네 의식 속에서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은연중 자리잡았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집단을 형성하고,이 집단은 계속해서 힘을 키워 나갔다. 힘을 합쳐 더 큰 역량을 발휘하는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 잘못된 시너지효과는 '다름'을 수용하지 않는 배타적인 경향을 띠면서 소위 패거리정치,패거리문화를 만들어 갔다. 지금에 와서는 비슷하게 같이 묻어가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창의성을 상실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시너지의 순기능적인 면이 간과된 것이다.

요즘 시너지의 반대개념으로 '세너지'가 회자되고 있다. 세너지(senergy)는 'seperate'와 'energy'의 합성어로 '분리된 힘'인데,통합이 아닌 분리를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세너지는 가볍고 빠르기 때문에 위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을 뿐더러 효율적,독창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세너지를 일컬어 치열한 경쟁에서 힘을 키우는 비밀병기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따지고 보면 지금은 세너지의 1인 시대라 할 만하다. 참여,공유,개방으로 특징지어지는 인터넷의 '웹 2.0시대'에 개인들의 콘텐츠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프로슈머를 만들어 내고 1인 기업과 1인 미디어 시대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떠나 끊임없이 변신하고 인터넷과 디지털정보를 이용하면서 각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놓는 세너지효과는 주변에서 쉽게 목격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변신이 가능한 세너지야말로 독창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너지 세상은 '더해지면 강해진다'는 협동의 신화가 깨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