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못푸는 억울한 사연 해결하죠"

"사설탐정이라고 불리는 민간조사원(PIㆍPrivate Invastigator)들은 흥신소와 다릅니다. 흥신소와 심부름센터는 불법도 자행하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일만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장(사진)은 26일 "경찰이나 법원이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 민간조사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간조사협회는 국내에 유일한 민간 조사 관련 단체로 2000년부터 이론ㆍ실무 시험과 논문 제출 과정을 통과한 이들에게 민간조사원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누명을 쓰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가 있죠.법적으로 해결되면 좋지만,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성행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민간조사원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도 크다고 봅니다. "

유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450명의 민간조사원이 활동하고 있다"며 "주로 교통사고ㆍ의료사고 등 보험 관련 조사(손해사정인)나 소송에 따른 증거자료 수집(변호사 보조),기업체의 산업스파이 조사 등이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의 소재 파악,지식재산권 보호부터 도청이나 감청 장치를 탐색하는 것까지 민간조사원의 업무는 다양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민간 조사원은 전직 경찰관이나 손해사정인 출신이 대부분이다.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이나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도 민간조사원들이 특채로 들어가 있습니다. " 조사비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사람을 찾는 일은 500만~1000만원 수준,해외 도피 범죄인을 찾는 일은 3000만원 이상,교통사고 조사 업무는 1500만~2000만원 선이라고 유 회장은 밝혔다.

유 회장이 민간조사업에 뛰어든 데는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막내삼촌이 의문사로 죽었습니다. 석달간 삼촌이 꿈에 나와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거예요. 결국 추락사로 처리됐는데 탐정이 돼서 그런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독일 등 해외에서 공부하고 경험을 쌓다가 한국에 들어와 민간조사협회장까지 맡게 된 거죠."

유 회장은 한세대와 경성대 평생교육원에 최근 '민간조사 최고전문가 과정'을 개설하는 등 대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부터는 '민간조사업법'을 제정하기 위해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들을 수차례 만났으나 아직 구체적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이 때문에 조사원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사설탐정'이라는 명칭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활동 중인 민간조사원은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민간조사원의 역할도 무한히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상은 기자/최창규 인턴(한국외대 2학년)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