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사법60주년 맞아 '잘못된 판결' 사과

이용훈 대법원장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2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60년간 자랑할 만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권위주의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법관이 올곧은 자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새로 출발하려면 먼저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해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2005년 9월 취임 직후 과거사 진상규명 의사를 피력한 지 3년 만의 사과다.

대법원은 이 원장의 지시로 권위주의 시절 시국사건 가운데 불법 구금과 고문 등 재심 사유가 있는 사건 224건을 추렸지만 재심 판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건 목록을 발표하거나 과거사위를 꾸리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 원장은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구체적 작업은 사법권의 독립이나 법적 안정성과 같은 다른 헌법가치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가장 원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재심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도 축사에서 "(사법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인기와 여론이 아니라 오직 정의와 양심의 소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사법의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법을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은 당당하고 굳세다'는 말을 인용하면서"(사법계가) 더욱 의연한 자세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이 시대의 정의와 양심의 등불이 돼서 약한 자와 아픈 자,억울한 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은/박수진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