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 보여주기 위한 '시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사진)의 '종부세 반대 행보'는 한마디로 미스터리다.

원내대표는 당 대표와 투톱체제를 이루며 국회상황을 총괄하는 자리다. 서열상 자신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정책위 의장보다 위다. 종부세 같은 중요한 정책은 당연히 청와대ㆍ정부와의 조율을 거쳐 당내 이견을 조정해 내는 게 원내대표의 기본 임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자신의 '짝'인 임태희 정책위 의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제동을 건 것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홍 원내대표와 지근거리서 발을 맞추고 있는 한 핵심당직자조차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홍 원내대표의 튀는 행보에 대해선 대체로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당내의 강한 반발기류를 감지하고 있던 홍 원내대표가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르는 정부원안 수용보다는 치열한 찬반논의를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당론을 모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다. 종부세 문제는 논의 방향에 따라선 소통부재에 따른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는 홍 원내대표다. 스스로 총대를 멨던 추경안처리 때와는 달리 종부세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한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추경안 강행처리 실패에 따른 친이 측의 사퇴 공세로 곤욕을 치른 홍 원내대표로선 '소통 없이 독주한다'는 당내 비판을 피할 방어막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지원군이 없는 비주류 '사령관'으로서 일종의 생존본능이 작동한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추경안 파동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홍 원내대표가 리더십 회복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기엔 이명박 대통령이 박희태 대표에게 자신의 영역인 원내까지 책임져 달라며 힘을 실어줘 자신의 입지가 크게 위축된 데 대한 반발의 성격이 가미됐다는 지적이다. 민심을 앞세워 "홍준표는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