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세 나라 가정에서 중국산 제품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결과는 기막혔다. 한국에선 우산이 없어 비닐을 뒤집어써야 했고,일본에선 전등 없이 캄캄한 집에서 맨발로 지내야 했다. 미국에선 TV와 컴퓨터같은 전자제품을 쓸 수 없는데다 아이들 장난감 또한 구할 길 없어 난리가 났다.

지난해 9월 방송된 MBC TV의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는 한국 등 세계가 중국산 제품에 얼마나 많이 기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후 중국의 한 언론매체에선 '서방 국가들이 중국산 제품을 공격하고 있지만 이미 강한 의존성이 생긴 만큼 소용없다'는 주장을 폈다.

"칫솔 양말같은 생활용품과 전자제품은 물론 유명 의류브랜드도 중국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다. 세계 소비자들은 중국산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싸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죽었다'고 할 만큼 국제 물가가 안정됐던 것도 중국의 거의 무제한적인 저가 공산품 공급 덕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가짜와 저질품 생산이 그것이다. 멜라민 분유 파문만 해도 갈수록 태산이다. 멜라민은 석회질소를 원료로 한 공업용 화학물질.계속 섭취하면 신장염이나 방광염,급성 신부전증 등을 유발한다. 이런 걸 원가 절감을 위해 분유와 유제품,사료에 넣었다는 것이다.

품질검사 기관에서 값비싼 단백질 측정기를 사용,단백질 농도를 직접 재는 대신 단백질의 주성분인 질소 함량만 재는 걸 알고 우유에 질소화합물인 멜라민을 첨가해 질소 함량을 높였다는 얘기다.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 검사기관 역시 싸게 일을 처리하다 어이없는 사태를 일으킨 셈이다.

국내에도 초콜릿과 빵같은 가공식품은 308개 품목이나 수입됐고 사료 역시 상당량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에선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파문 진화에만 신경쓰다 뒤늦게 이리저리 대처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일이 커질까 겁낼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확실하고 투명하게 대처해야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