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영화관 '단성사'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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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과정서 과도한 채무가 화근
영화관은 임대체제로 계속 운영
서울 종로에 있는 최초 영화관 단성사의 건물 소유주인 ㈜단성사가 부도처리됐다. 그러나 영화관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단성사는 지난 19일 우리은행에 들어온 15억원의 당좌를 결제하지 못해 23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단성사 관계자는 24일 "부도처리가 된 곳은 단성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법인 ㈜단성사"라며 "영화관은 지금처럼 체인업체 씨너스와의 임대계약 체제로 계속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성사는 2001년 재건축 공사를 위해 기존 영화관의 문을 닫은 뒤 2005년 지상 9층,지하 4층 건물에 총 7개관의 멀티플렉스와 보석점 등을 재개관했으며 이 중 멀티플렉스는 지난 5월부터 극장체인인 씨너스와 임대계약을 통해 '씨너스 단성사'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건물 재건축 과정에서 과도한 채무를 진데다 극장 업계의 불황이 겹쳐지면서 결국 좌초됐다. ㈜단성사는 지난해 11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째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는 영업난을 겪었으며 최근 자구책으로 건물을 매각하려 했지만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이마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1907년 설립된 단성사는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를 비롯 '아리랑'(1926년),'춘향전'(1935년) 등을 상영하는 등 한국 영화사와 족적을 함께 했으며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역도산'(1965년) '겨울여자'(1977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은 모두 단성사에서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단성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관객들이 주택가 멀티플렉스로 몰리면서 단성사와 함께 인근 피카디리와 서울,파고다,허리우드극장도 동반 퇴조,'극장 1번가' 종로의 명성이 무너졌다. 올 들어 1∼8월 전국 극장 관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가운데 종로 극장가의 관객은 10%나 줄어들었다.
종로 인근 A극장 관계자는 "멀티플렉스가 급증하면서 종로 극장들의 스크린 당 관객들이 격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계 1위인 CGV의 영업이익률이 10% 초반이고,2위가 5~6%에 불과한데 하위 업체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