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객들 내구성 좋은 '친환경 타이어'에 민감

서울 양재동 미쉐린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 사무실 문을 열자 다부진 체격에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신사가 앉아 있었다. 노르웨이 출신인 오이빈 엠브렘 사장(38)이다. 그는 한 달 전 끝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선전한 데 대해 축하하는 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 내내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미쉐린의 매출액은 해마다 10%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쉐린이 한국 수입타이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배경이지요. "

엠브렘 사장은 매출 성장세의 배경으로 수입차시장 확대를 꼽았다. 수입차를 타는 고객들이 수입산 타이어를 많이 찾으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앞서는 미쉐린 타이어가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자체 분석 결과 일반 소비자의 80% 이상이 미쉐린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품질과 내구성 면에서 자신있는 만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제품 판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딜러망을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를 판매하는 딜러들이 아무래도 수입산보다 한국,금호 등 한국산 타이어를 선호하는 만큼 현재 320여 개(승용차 220여개,트럭·버스 100여개)인 딜러 수를 계속 늘려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쉐린 타이어가 자동차 연비를 높여주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을 판매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엠브렘 사장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타이어값을 5~7% 올렸지만,한국·금호 등 한국산 타이어가 먼저 10% 이상 인상했기 때문에 미쉐린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향후에도 선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쉐린 타이어의 기술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 타이어를 1992년 이미 개발했고,지금까지 16년 동안 약 6억개의 관련 타이어를 만들어 판매했다고 전했다. 기존 타이어보다 회전 저항을 20% 낮춤으로써 약 5%의 연비개선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절약한 연료가 100억ℓ에 달한다는 게 그의 추산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회전 저항을 25% 안팎 더 낮춘 고연비 타이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00년 이상된 역사를 갖고 있는 미쉐린은 1946년 최초로 고성능 래디얼 타이어를 발명했다"며 "매년 연구개발 분야에 6억유로 이상을 투자해 연료절감 타이어 등 신개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브렘 사장은 "한국에선 앞으로 한동안 연비를 높여주는 친환경 타이어가 유행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미쉐린은 고연비와 저탄소뿐만 아니라 내구성과 안전도를 높여주는 성능개선 기술을 병행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쉐린 코리아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친환경 타이어는 '에너지 XM1''에너지 MXV8' 등 두 종류다. 이 중 에너지 XM1의 경우 매 1000㎞ 운행마다 약 2ℓ의 연료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미쉐린 타이어의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 엠브렘 사장은 중고가 차량 소유자 가운데 중년층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브랜드에 친숙하고,돈의 가치를 잘 아는 계층이란 설명이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젊은층도 미쉐린 타이어의 신규 구매층이다.

엠브렘 사장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에서 근무했고,작년 1월 한국에 부임했다. 주말엔 스쿼시와 축구,등산을 즐긴다. 설악산이 노르웨이 산들보다 높지는 않지만,무척 가팔랐던 게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