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치냉장고엔 김치가 없다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와인·케이크까지 보관하는 넉넉한 '스탠드형' 인기
"김치냉장고라 부르지 마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정모씨(59)는 최근 들어 부쩍 남편과 말다툼이 잦아졌다. 이유는 김치 냉장고 때문이다. 집에 있는 뚜껑식 김치냉장고 외에 요즘 새로 나오는 김치냉장고를 하나 더 장만하려는 정씨를 남편이 막아서고 나선 것.바깥일을 하는 남편 보기에는 '그 김치냉장고가 그 김치냉장고'지만 정씨 설명은 다르다. 정씨는 "김치 냉장고에 김치만 넣는 사람이 어딨냐"며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는 냉장고 삼아 쌀과 고기 과일까지 넉넉하게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를 사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김치냉장고가 변신 중이다. 김치냉장고이면서 동시에 김치냉장고가 아닌 것으로 활용도가 바뀌고 있는 것.수십 포기에 달하는 김치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기보다 케이크에 와인, 과일, 쌀 등 다양한 식품을 저장하는 '제2의 냉장고'로 사용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스탠드형이 부른 김치냉장고 바람='김치냉장고 하나 더'를 외치는 주부들이 많아진 것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김치냉장고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95년.위니아만도가 김치냉장고 원조격인 '딤채'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김치냉장고 붐을 일으켰다.
초기 모델은 어른 허리 높이 크기의 '뚜껑식'제품이었다. 아삭한 김치맛을 유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에 야채보관 기능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 3사가 이 시장에 뛰어든 이후부터였다. 야채보관 기능이 덧붙여진 2000년 이후부터 김치냉장고는 김치 외에도 야채까지 저장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됐다. 냉장고와 같이 어른 키 높이로 서있는 '스탠드형'제품이 탄생한 것은 이듬해.LG전자는 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 냉장고 스타일의 김치냉장고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동시에 김치 보관 능력을 높이고 한편으로는 와인 보관에 식혜까지 맛있게 보관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시켰다.
◆디자인과 기술로 업그레이드=스탠드형 김치냉장고에 꽃무늬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1가구 2 김치 냉장고'에 불을 붙였다. 베란다에 두던 김치냉장고라는 개념을 없애고 냉장고 옆에 세울 수 있도록 달리한 것.
대우일렉은 최근 소비전력을 16.5Kwh/월로 낮춘 제품을 내놨다. 기존 제품대비 전력사용량 절감효과는 16배.여기에 별도로 나뉜 칸에 육류·생선(영하 5도) 와인(12도) 쌀(10도)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직접 냉각방식을 사용했다. 삼성전자 '하우젠 칸칸칸 김치냉장고'는 칸마다 별도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야채와 과일, 케이크까지 맞춤보관할 수 있도록 한 것.외부 디자인도 냉장고와 같은 톤으로 구성해 인테리어 기능을 높였다.
LG전자는 김치 보관 외에도 냄새 탈취에 신경을 썼다. 상중하로 분리된 칸마다 별도의 자외선 LED를 이용한 반영구 탈취제를 설치해 음식 냄새가 배지 않도록 했다. 전면에 꽃문양을 새겨 넣어 디자인도 강화했다. 위니아 만도는 올해 처음으로 스탠드형 제품을 선보이면서 하나의 저장공간에 두 개의 온도센서를 부착해 김치와 야채를 동시에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