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놓고 대치를 거듭하던 지난 7일.일요일임에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에 나타났다.

늦더위 속에 배석자 없이 4시간의 협의를 끝내고 나온 박 의장은 땀을 흘리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양 의장은 17일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기까지 열흘간 수시로 접촉했다. 하루에 10차례가 넘게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대표 간의 직접 대화가 사라지고 원내대표의 당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18대 국회에서 '정책위의장 라인'이 여야의 주요 협상창구로 부상하고 있다.

양 의장은 원구성 협상이 가축법 개정 문제로 좌초했던 지난달에도 광복절 연휴 3일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국회에 나와 구체적인 쟁점과 협상 문구를 가다듬어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

오는 25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회동 성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각각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를 대리해 사전정지작업을 벌이며 정무 분야에서도 조정 능력을 발휘했다.

원내 교섭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정책위의장은 뒤에서 조용히 당의 정책을 가다듬기만 하던 과거의 정책위의장들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양당 지도부가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작은 것도 한 요인이다. 대표보다 강한 원내대표라는 평을 들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잦은 불협화음을 일으킨 끝에 최근에는 친이(親李)계로부터 퇴진 압력까지 받았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도 분산된 당내 세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확고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