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이 안 되는 적은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할인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생활비를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때문이다. 카드 사용액이 많아져야 연말 소득 공제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소액 결제가 증가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카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일정한 고정 비용을 부담하게 돼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늘어나는 소액 결제

국내 카드 결제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비씨카드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11개 회원 은행의 금액별 카드 결제 실적을 분석한 결과 결제금액 1만원 미만의 거래 건수는 1억8354만건으로 전체(9억3460만건)의 19.6%를 차지했다. 비씨카드의 1만원 미만 거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전체 카드 거래 증가율(25.8%)보다 훨씬 빠른 증가 속도다.

결제액이 5000원에도 못 미치는 소액거래도 9217만건으로 전체의 9.8%에 이른다. 소액거래가 늘어나면서 비씨카드의 건당 평균 결제금액은 지난해 8월 6만1204원이었으나 올해 8월에는 5만8706원으로 줄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카드사용 범위가 넓어진 데다 연말 소득공제의 기준선과 공제율이 올라가면서 소액 신용카드 결제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연간 총급여의 15%를 넘는 지출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지출액이 총급여의 20%를 넘어야 소득세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천원 단위의 지출까지도 신용카드로 결제해 소득공제 증빙자료로 남기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는 연말로 갈수록 연말정산을 의식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소액 결제 비중도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익성 하락 고민

카드업계는 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반가워하고 있지만 소액 결제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다.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결제 금액에 상관없이 카드 거래 한 건당 100원 안팎의 거래 승인비를 밴(VAN)사로 불리는 결제망 사업체에 줘야 한다. 전표 처리 비용과 가맹점 관리비용도 결제 금액의 크기와 무관하게 지출되고 있다.

비씨카드의 경우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3%로 가정하면 지난 8월 건당 수수료 수입은 1761원으로 1년 전(1836원)에 비해 4%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3만원 미만의 결제는 카드사 입장에서 손해"라며 "금리가 올라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고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라는 여론이 높아가는 가운데 소액 결제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카드업계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