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낙찰가 떨어져 어쩔수없이 손해 감수

경매시장에서는 주택의 낙찰가가 감정가의 60%대에 불과한 수준에서 정해지는 등 낙찰가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까지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마지막 1원까지 다 받아내기로 유명한 은행권조차 담보로 잡은 집이 경매에서 싸게 팔려 어쩔 수 없이 돈을 떼이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12억6800만원에 낙찰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 158㎡형은 은행권에서 저당 잡힌 빚이 14억원이 넘었다. 돈을 빌려준 은행은 1억3000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11일 낙찰된 강남구 도곡동 A아파트 165㎡형 역시 19억원에 낙찰됐지만 모 저축은행이 빌려준 돈보다 4억원이나 적은 금액이다. 경기도 분당신도시 B아파트 158㎡형은 지난 8일 11억3700만원에 팔렸다. 대출금 13억1700만원을 받아야 하는 은행이 2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게 됐다.

경매업계의 한 전문가는 "낙찰가율 하락에 따른 금융기관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 집값이 크게 떨어진 '버블세븐' 지역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의 피해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초기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주택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며 "내년 상반기 쯤에는 주택값이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만큼 경기후행하는 경매시장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손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