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구룡포고래등'이라는 상호로 자연산 회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남주(49)입니다. 점포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200m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4층짜리 건물 2층에 있습니다. 매장 면적은 115㎡(약 35평)로 테이블 12개(48석)를 두고 있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종업원 2명과 함께 일하고 바쁜 시간에는 남편이 서빙을 도와줍니다.

저는 포항 구룡포 출신으로 결혼하면서 대구에서 살았고 남편은 대구에 있는 유통업체인 동아쇼핑의 기획홍보실장 출신으로 현재 명예퇴직하고 한국외대 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점포는 지난 6월에 문을 열었고 이전까지 장사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홍대 근처에 부부 동반 모임 장소로 자주 이용하던 포항물회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고향 친구가 운영하던 가게였는데 개인 사정으로 장사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사랑방 개념의 장소도 필요한 데다 우리 부부도 창업에 관심이 많아 그 점포를 인수하려 했으나 건물주의 사정으로 계약하지 못하고 현재 점포를 구하게 됐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이곳을 택한 이유입니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5000만원,월세 200만원의 조건으로 계약했고 인테리어와 집기 구입 비용 등으로 4500만원가량 들었습니다. 메뉴는 자연산 회(광어 도다리 우럭 쥐치 잡어)와 생아귀찜 아구탕,물곰탕,생선구이 등입니다. 자연산 회를 비롯한 모든 해산물은 매일 포항 구룡포에서 올라옵니다. 원래 상호를 고객들이 고래등 같은 집을 짓고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구룡포고래등'이라고 지었으나 고래고기 전문점인 줄 알고 고래고기를 찾는 손님들이 있어 고래 수육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비교적 잘 하는 편이었고 개업할 때 잘 아는 외식학과 교수님이 여러가지 자문이나 기술 지도를 해주어서 음식맛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요리를 비롯 음식을 요리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이 처음 한 달 동안은 불안했지만 지금은 비교적 안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출은 저조합니다. 첫달에는 14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달에는 10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휴가철인 데다 촛불 집회의 영향도 받은 것 같습니다. 한 달에 2000만원 이상 팔아야 수익이 남는 것 같은데 현재는 적자 상태입니다. 장사를 시작한 이상 돈을 벌어야 할 텐데 현재 상태로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점포를 활성화시켜 손님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늘릴 수 있을까요.

입지‥청와대 등 인접 '오피스형 상권', 한정식 업소비율 27%로 높아
청와대와 헌법재판소,정부종합청사,서울경찰청 등과 인접한 통의동은 아직까지 전통 가옥을 비롯한 오래된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지역입니다. 아파트 비율이 1.4%에 불과하고 4300여가구의 일반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근 대기업과 공기업의 직장인이나 공무원들이 주요 소비층인 오피스형 상권입니다.

수십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유명한 한식점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고 최근 들어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초콜릿 전문점 등도 많이 생겼습니다. 전체 음식점 중에서 한정식을 취급하는 업소의 비율이 27%에 이를 정도로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식사 접대가 많이 이뤄지는 지역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유흥주점 비율은 4% 정도에 불과해 인접한 무교동상권 등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구 구성면에서는 30대와 60대의 비율이 높습니다. 직장 문제로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직장인이나 노령층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거 환경이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득 수준이 낮지도 않은 곳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인 소비문화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아예 부담이 없는 저렴한 가격대나 아니면 값비싼 메뉴의 음식점이 통하는 상권입니다. 평일 매출은 비교적 높지만 주말 매출이 현저히 떨어지고 저녁 시간에 손님이 일찍 끊기는 것은 상권 전체가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걸림돌‥고래고기 전문점으로 오해 소지, 높은 단가 비해 상차림·서비스 부족
창업 준비 기간이 짧고 경험이 부족한 탓에 매장 운영이나 상호나 간판 인테리어와 메뉴와의 조화 등 여러가지 점에서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푸른 바탕의 외부 간판은 젊은층이나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저가형 횟집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정작 매장에 들어서면 룸 위주로 구성돼 있어 가격이 비싼 정통 일식집 같은 느낌을 줍니다. 상호 디자인에서도 구룡포보다는 고래등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래등처럼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겠다는 점주의 의도와는 달리 고래고기 전문점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고래고기를 먹기 위해 방문한 고객 때문에 고래 수육도 취급하게 된 것처럼 상호나 간판만 봐서는 고가의 자연산 활어회를 주요 메뉴로 하는 식당을 연상하기 어렵습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상권 특성상 점심 매출 비중이 높아야 함에도 점심 메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곰탕이나 생아구탕 생선구이 회정식 등 점심메뉴가 외부 배너나 메뉴판에서 빠져 있습니다. 상차림이나 서비스도 높은 단가에 비해 부족합니다. 저녁 시간대 1인당 단가가 평균 3만원 정도에 이르는 가격과 메뉴에 상응하는 고급스러운 상차림이 필요합니다. 자연산 회를 작은 접시에 빼곡하게 담아내는 것은 푸짐하게 느낄 수는 있어도 맛깔스럽거나 품위있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업한 지 3개월가량이 지났는데도 그동안 음식맛과 요리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 나머지 홍보활동을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상호나 간판의 모호함과 홍보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 인근에 살면서도 무엇을 파는 매장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가형' 연상 외부간판부터 교체, 물곰탕 등 점심메뉴 홍보 바람직
개업 이후 현재까지 3개월여 동안 촛불시위나 휴가철 등의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영업 실적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점심시간에 15만원,저녁시간에 50만원 정도로 월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달 영업일수 25일을 기준으로 하루에 100만원은 팔아야 의뢰인의 단기적인 목표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분기점인 월 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포항 구룡포 출신의 점주가 구룡포에서 올라온 수산물을 재료로 구룡포식의 음식을 전문으로 내놓는 식당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템입니다. 싱싱한 자연산회와 과메기,대게,백고둥,고래고기 등 포항의 대표적인 음식 메뉴는 기존 일식집이나 활어회 전문점과 충분히 경쟁할 만합니다. 의뢰인은 구룡포 지역의 연고로 현지에서 수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요리 솜씨가 있는 데다 남편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로 기본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점포 운영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그동안 소홀히 해온 전단지 배포 등 홍보활동을 강화한다면 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가형 횟집을 연상시키는 외부 간판부터 교체해야 합니다. 구룡포는 작게,고래등은 크게 써 있고 고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디자인도 바꿔야 합니다. 간판에 흑백 사진으로 구룡포 전경을 표현해 '고래등'보다는 '구룡포'를 부각시켜 향토성을 살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매장 내부에도 구룡포에서 살았던 사진이나 졸업장 등을 전시한다면 고객들에게 재미도 주고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구룡포 산지에서 매일 해산물을 공급받아 제공하는 사실도 간판 슬로건에 문구를 삽입해 고객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직장인이 많은 상권 특성상 점심 매출의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현재 외부에서 보면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외부 배너나 2층 창가를 활용해 점심 메뉴를 홍보하고 매장 내부에도 홀이나 룸에 벽면 메뉴를 부착해야 합니다. 현재 도입 단계에 있는 물곰탕이나 기존의 생아귀탕 생선구이 회정식 등으로도 점심 메뉴로 충분합니다. 홀보다 룸 비중이 높은 매장 특성상 회정식의 경우 단가를 2만원대로 올리는 대신 각종 반찬이나 해산물 요리를 코스로 함께 제공하는 게 좋습니다.

저녁 시간대 주메뉴인 자연산 회도 전식에서 후식에 이르는 과정별 상차림을 개선해야 합니다. 해산물로 우려낸 시원한 국물이나 죽,싱싱한 어패류와 초무침을 곁들이고 마무리로 탕류와 차게 얼린 홍시,식혜 등을 내놓는 게 좋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취급하게 된 고래고기도 상품가치를 더 올려야 합니다. 고래고기의 효능이나 먹는 방법을 포스터나 테이블 메뉴판에 명기해 고객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회 주문 시 고래 수육 몇 점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도 마케팅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도와주신 분들]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