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사 파생상품에 대해 무지
금융당국 감독 허술도 문제

대형 금융회사의 몰락으로 빚어진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은행, 보험사와 같은 '지루할 정도로 전통적인'회사들도 얼마든지 금융시장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1998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하면서 몰고 왔던 금융위기를 기억하는 정책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첨단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새로운 금융회사들만 주시했으나 결국 시장에 치명타를 입힌 것은 공격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대형 보험회사와 은행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채권보증, 머니마켓펀드(MMF), 기업 어음(CP), 구조화투자(SIV. 낮은 금리로 단기 자금을 빌려 기업에 높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대여해 주는 투자 기법) 등의 복잡한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위기를 맞게 됐다.

잡식동물처럼 온갖 종류의 금융상품을 개발해 투자해 온 헤지펀드와 달리 첨단 파생상품에 대해 무지했던 은행과 보험사들은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격변을 예측하지도, 이겨내지도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탄탄한 미래를 자신했던 미 최대 보험사 AIG, 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는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해 각각 정부의 구제금융 수용, 매각, 파산 신청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금융당국조차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융위기를 몰고 온 파생상품 중 하나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위험성을 간과했고, AIG와 같은 회사가 CDO투자로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첨단 금융상품 투자로 인한 피해는 헤지펀드에만 해당되는 위험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일 유동성 위기에 처한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장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해 여전히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은행과 보험사들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으로 남아있을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