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6일(현지시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 2.0%로 동결했다. 최근 금융위기를 금리인하만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한 데다 물가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 자금이 부족하지 않은 데다 금융위기가 더 악화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금리인하 카드를 남겨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경기 하강과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에 대한 위험 증가가 중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경제와 금융의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위원 만장일치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 FOMC가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6월과 8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다.

FOMC가 금융위기나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긴장과 피로감이 현격히 증가하고 노동시장도 더욱 약화돼 왔으며 경제성장은 최근 가계 소비지출의 감소를 부분적으로 반영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운 신용여건과 진행 중인 주택시장의 위축,수출둔화 등은 향후 몇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FOMC는 하지만 그동안 통화정책을 완화해왔고,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왔기에 당장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동결을 결정했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 등의 위기로 인해 정부가 금리를 최소 0.25%포인트에서 최대 0.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을 깬 것이다. 미 정부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보호신청을 계기로 지난 15,16일 이틀간 투입한 유동성은 9·11테러 이후 최대 규모인 총 1400억달러에 달했다. 담보조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창구도 확대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와 관련,"지금 시장에는 유동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신뢰가 부족하다"면서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금융시장의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면 정부가 현 상황을 패닉 상태로 보는 것으로 시장에서 여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돈은 많은데 파이프라인이 막혀서 안 돌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워싱턴 삼성경제연구소의 곽수종 박사는 "정부가 금리를 내리면 정말 불안하다는 증거로 비칠 수 있는 반면 동결은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 역시 "금리를 인하해도 현재의 금융위기를 완전하게 해소할 수 없다는 정부의 처지를 반영했다"고 전했다.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금리를 인하해 봤자 효과가 크지 않아 향후 최적의 인하 타이밍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본은행은 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행 연 0.5%인 정책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은행은 2007년 3월 이후 19개월째 정책금리를 0.5%로 유지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책위원들은 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뒤 일본경제의 동향을 좀더 지키본 뒤 정책금리 변경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또 자금 공급 등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도쿄=차병석/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