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수요 둔화 신호가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IT 세트업체들의 실적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IT 수요의 주요 지표인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 감소한 407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들 업체들의 매출액이 전년동월과 비교해 감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수요 감소를 예상한 주요 거래선들이 보수적으로 재고를 관리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운드리 업체 매출은 감소한 반면 대만 위탁제조(EMS) 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3.1%나 증가한 1540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노 연구원은 "3분기 수요 기대가 커질수도 있지만 상위 업체들이 대만 회사들로부터 공급받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IT 수요는 이에 못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보다는 성수기인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휴대폰도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하반기 수요 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보조금이 없는 오픈마켓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휴대폰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면서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점유율 감소 우려는 실질적인 수요 둔화의 전주곡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원은 "성장률 둔화보다 더 나쁜 것이 수익성 악화"라며 "한국 IT 업체들이 수요 위축기에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3분기 수익성은 크게 훼손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이 최근 원화약세를 제품 가격 인하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환율효과도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요 위축기의 공격적인 경영은 향후 2~3년 내에 점유율 상승으로 돌아오겠지만 단기적으로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며 국내 IT 하드웨어 산업에 대한 '중립'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