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유동성과의 전쟁이다. "

미국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대기업들도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당장 16일 하루에만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50원90전이나 치솟으면서 대외 결제 수요가 많은 정유사 항공사 등은 물론 중소업체들까지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확충과 자산건전성 확보를 강조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달러에 대한 가수요 심리가 가세할 경우 외환시장의 동요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유동성 긴급 점검

우리 신한 국민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외화 및 원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미 하반기 들어 수익성 확보를 첫번째 과제로 내걸면서 보수적 영업에 나선 은행들은 당분간 국제금융 여건상 외화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출심사 강화와 자산 건전성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리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사태의 여파를 예측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유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루 단위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 무기 연기로 시중은행은 물론 공기업들의 외화 조달 자체가 최소 이달 말까지는 어렵게 된 만큼 외화대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각 은행들은 이와 함께 연체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영업일선에 지침을 내리고 본점과 지점 간 거래에 적용하는 내부 기준금리(MOR)도 인상하는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달러 확보 총력전

금융당국의 지원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달러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은 환헤지를 통한 추가 조달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사들은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달러 품귀현상에 대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달러 확보를 위해 현재 30% 수준인 환헤지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문권 자금전략실 부장은 "신기종 수입과 항공유 구입비용 등을 결제해야 하는 달러로 인해 연간 20억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칫 달러 확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환헤지를 통해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미국발 금융쇼크로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환율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유업체는 통상 유전스를 통해 원유 매입 대금을 결제하는 만큼 환율 변동에 맞춰 특별한 조치를 취할 여지가 적지만 미국발 금융쇼크 여파가 장기화돼 달러 수급이 악화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심기/김동민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