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똑같은 건물이 없다. 하나하나의 건축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술적인 조각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게다가 건물의 모퉁이 마다에는 조형물과 화초, 분수 등이 들어서 도시 전체가 정원으로 착각될 정도다. 중국 경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상하이의 푸둥지구는 30층 이상의 빌딩들이 1000여개가량 들어서 있지만 비슷한 건물이 없다.

역사가 오랜 유럽의 도시들과 미국의 대도시들도 건축미가 일품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설계한 흔적이 역력하다.건물들은 또한 주변경관과 잘어우러져 랜드마크의 구실을 하기도 한다. 도시 전체의 설계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덕이다. 이렇다 보니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야경은 한폭의 그림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도시의 풍경은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다. 제멋대로 지어진 건물들이 성냥갑처럼 빼곡히 들어차 압축성장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삶의 질은 아랑곳없이 고밀화ㆍ고층화로 획일적이다. 마치 헌옷을 기워 입은 듯한 시가지는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오랜 역사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제 도시의 품격을 찾아보자며 경기도가 나섰다. 경기도의 31개 시ㆍ도 자치단체장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성냥갑 아파트’와 ‘붕어빵 건축물’을 퇴치하자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아름다운 건축ㆍ경관 디자인을 통
해 선진화된 도시를 건설하자는 것인데, 디자인이 우수한 공동주택에는 용적률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디자인 도시를 선언한 서울시는 이미 ‘주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명품도시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로 몸살을 앓는 도시들이 건축물을 중심으로 그동안 외면해 왔던 역사와 문화,생태 등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자고 나면 아파트가 세워진다고 해서 붙여진 ‘벌떡 아파트’라는 별명이 사라지고,경관과 미가 조화된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그 위용을 한껏 뽐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