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 허리케인 '아이크'로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정전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텍사스주를 재해지역으로 선포,연방정부 차원에서 피해복구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

2등급으로 분류된 '아이크'는 시속 176㎞의 강풍을 동반해 갤버스턴에 상륙하면서 텍사스 해안지역에 엄청난 양의 비를 퍼부었다. 이로 인해 수천 채의 가옥과 관공서 건물이 침수되고 도로가 홍수로 휩쓸려 내려갔으며,약 300만명의 주민들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 구조당국은 대피령이 내려진 갤버스턴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된 주민 약 2000명을 항공기 등을 이용해 구출했다.

갤버스턴 연안에 밀집한 석유 생산시설 가운데 14개 석유정제소와 28개의 천연가스 가공처리 공장은 '아이크' 피해에 대비해 작업을 중단,미 연료 생산 능력을 22% 감소시켰지만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적어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크'로 인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협 KOTRA 댈러스 무역관장은 "'아이크'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휴스턴쪽에는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없어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휴스턴 일대 국내 기업의 사무소에 근무하던 직원들도 미리 인근 지역으로 대피해 큰 피해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휴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아직까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근 휴스턴 주재 한국 총영사는 "전기가 완전 복구되려면 2~3주가 걸릴 것으로 보여 교포들의 불편이 예상되지만 그 이상의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크'의 피해가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고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회사들이 곧 가동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원유(WTI)도 배럴당 100달러 선 밑으로 내려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I 10월물은 15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 전자거래에서 94.1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11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배럴당 147.27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33%가 떨어진 것이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는 이미 지난주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96.64달러로 배럴당 100달러가 깨졌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런던국제석유거래소(ICE)에서 장중 91.17달러에 거래됐다. 한국 등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지난 주말 95.46달러까지 떨어졌다. 뉴욕소재 MF글로벌의 리스크관리담당 존 킬더프 부사장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아이크'로 인한 피해 우려감보다 훨씬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박성완/안재석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