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한숨 돌리고 "뭘 살까" 고민도

추석 연휴 때 가까운 친지끼리 만나면 부동산과 주식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고향 가는 길에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 들러 부동산 투자 안목을 키우는 것도 좋다. 증시전망과 구체적인 투자종목에 대해 가족끼리 터놓고 얘기하기에도 좋은 기회다.

미래에셋증권의 배왕섭 강남롯데지점장은 요즘 며칠 동안 하루에 10여통씩 걸려오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증시가 큰 고비를 넘겼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추석 연휴 후에 투자자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를 묻는 상담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 지점장은 12일 "상담전화의 20% 정도는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연휴 이후에 기존 투자자금 배분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겠느냐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펀드 가입자 중에는 연휴 동안 투자액을 늘리는 쪽으로 고민하겠다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9월 위기설'에 따른 불안감이 사그라들면서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눈에 띄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아직 시장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되지만,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상승세로 반전하는 '터닝 포인트'가 언제일지에 쏠려 있다. 금융시장 불안 우려에 주식 투매와 펀드 환매를 걱정하던 이달 초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초호황세를 연출했던 지난해와 같지는 않지만,사흘간의 연휴를 이용해 숨을 고르면서 투자전략을 새로 짜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에 따라 오랜만에 친지.친구들과 모이는 이번 추석 때는 자연스럽게 증시 얘기가 화두가 될 것이란 게 증권사 일선 직원들의 관측이다.

사재훈 삼성증권 Fn삼성타운 지점장은 "그동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투자자들도 환매 등의 얘기는 거의 없어졌고 추석 연휴가 지난 후에 뭘 사고 팔아야 할지 포트폴리오 조정을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 지점장은 "상당수 고객들이 코스피 1400~1500 초반대 사이에서 분할 매수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의 한 직원은 "최근 안부를 겸해 전화를 걸면 투자자금을 묻어놓고 연휴를 보내면서 생각 좀 해보겠다는 고객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다행히 시장은 3분기를 넘어서면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인지 아니면 4분기부터 회복될 것인지를 전망해야 하는 갈림길"이라면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가 11월 이전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여 4분기부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강력한 경제회생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확실해 미국발 신용위기나 경기침체도 빠르게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 본부장은 "중국도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경제성장률을 들여다보면 4분기부터는 악재보다 호재가 많아질 것"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 연기금과 투신 등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코스피가 바닥만 제대로 다져도 주식을 빌려 팔았던 외국인 세력이 움츠러들면서 상승탄력이 세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바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투자자라면 점진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배 지점장은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은 지수가 40%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하는 경기방어적 성격의 금융상품이나 3개월 이내에 목표 수익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 ELS(주가연계증권)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