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손이 펼친 예술혼… 청각장애 딛고 자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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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관음> 잔샤오난 지음.유소영 옮김.일빛.264쪽.1만5000원
2004년 9월28일 아테네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 폐막식.3개의 중국 종이 울리는 여음(餘音) 속에 21명의 무용단이 108개의 꽃잎이 받치고 있는 연화대에 등장했다. 장애인올림픽 로고와 1000개의 손이 상감된 찬란한 아치문 아래에서 맨 앞의 수석 무용수 타이리화의 리드에 따라 단원들은 마치 한 몸인듯 다채로운 손 사위를 펼쳐 보였다.
천.지.인의 세 악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자비의 상징인 천수관음(千手觀音)의 축복을 세상에 전하고 다음 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에서 다시 만날 것을 축원하는 내용.8분 동안의 공연 내내 동작이 바뀔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장내를 진동했다.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 공연의 주인공은 중국 장애인예술단 소속 '천수관음' 공연팀.대부분이 청각장애인이라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북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표정과 동작은 절대 음감을 타고난 사람들보다 정확하고 섬세했다. 그것은 소리를 귀가 아니라 발의 진동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였다.
<천수관음>은 이들이 '천수관음'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무대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5년 중국 CCTV의 신년 특집 공연에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로 대륙을 감동시킨 이야기,한국을 비롯한 세계 60여개 국에서 430여 차례나 공연하며 1000개의 손과 그 안에 든 1000개의 눈으로 모든 사람의 괴로움을 살피고 구제하려는 염원을 전한 이야기 등이 생생하다.
청각장애를 지닌 단원들의 연습 과정은 상상 이상이다. 전문 무용수들이 하루 4시간 정도 연습하는 데 비해 이들은 설 특집 공연을 위해 하루 12시간씩 연습했고,별도로 4시간씩 더 지도해 달라고 요구하는 단원들도 있을 정도였다. 극히 쉬운 동작 하나도 100번 이상 연습했고,균형잡힌 몸매를 만들기 위해 쪼그려 뛰기로 200m를 왕복했다. 세계 유일의 청각장애인 사회자 장신톈,'관음 언니'로 통하는 무용단의 멘토 타이리화를 비롯한 청각장애인 단원들,수화통역자들의 이야기도 이들의 열정을 가늠케 한다.
"장애로 동정을 사지 말라"며 최고의 작품을 위해 단원들을 독려하는 장지강 예술감독이 '태평성세'라는 제목의 CCTV 설 특집공연을 마친 뒤 한 말이 인상적이다. "당신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 속에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면 두 팔을 벌려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 당신이 선한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 속에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면,1000개의 손이 당신에게 자비의 손길을 뻗을 것이다. 이런 세상이 바로 태평성세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