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유동성 괴담'에 시달렸던 두산 금호아시아나 STX그룹 등에 대해 현 신용등급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신정평가 한국기업평가(한기평) 등은 최근 악성루머로 주가가 출렁거렸던 주요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3개 기관은 모두 두산과 두산중공업에 대해 각각 'A-'와 'A0' 등급을,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선 모두 'BBB0' 등급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두산에 대해선 지난 2월 기존 'BBB+'에서 'A-'로 일제히 올린 상태다.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도 'A-'로 변함이 없다. 한신정평가와 한기평은 지난 6월 STX 등급을 'BBB+'에서 'A-'로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김선대 한신평 전무는 "이들 주요 그룹 계열사의 재무상황 변동에 대해 모니터링은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신용등급 조정을 위한 '워칭리스트'(관찰ㆍ검토 대상)에 올릴 정도의 변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이나 시장의 우려가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돼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에 이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분양 등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건설사에 대해선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전무는 "일부 건설사에 대해 내부적 가이드라인을 갖고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계획 이행과정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신정평가도 신용등급 조정을 위한 '워칭리스트'에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동 한신정평가 기획실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심리적인 문제이지 등급 변화를 일으킬 만한 어떤 이벤트가 발생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두산과 STX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평가를 책임지고 있는 권성철 연구실장은 두산그룹 재무부담의 근원인 '밥캣' 문제에 대해 "밥캣을 인수하면서 만든 해외계열사인 DII(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의 EBITDA(세금ㆍ이자ㆍ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로 1000억원 정도의 자금만 투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STX그룹도 아커야즈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보유 지분의 일정 부분을 매각하면서 투자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권 실장은 분석했다. 한기평도 최근 두산의 차입금 수준이 다소 과중하지만 보유자산 가치와 사업역량,실질적인 지주회사로서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실질 채무상환 능력은 양호하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