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많은 종목 '비상경계령'
코스피지수가 다시 1400선을 위협하면서 발행 주식 수 대비 신용융자 잔량의 비중이 높은 종목에 '경계령'이 내려졌다. 주가 급락으로 계좌 내 평가금액이 적정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져 반대매매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254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려 연중 최저치가 깨지며 1400선을 위협받았다. 종목별로도 최근 한 달 새 20~30%씩 급락한 종목이 속출했다. 연기금이 급락장의 '구원투수'로 나선 후 진정 국면에 접어들던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싸늘하게 식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담보 부족 계좌도 급증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상반기에 하루 평균 200개에 머물던 담보 부족 계좌 수가 이달 들어선 800여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상반기의 일평균 2억원 수준에서 10억~12억원으로 5~6배나 불어났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지점에서도 장 마감 후 고객들에게 마진콜(전화로 담보 부족분을 채우라고 요청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 업무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 부족 계좌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경우 해당 주식의 주가가 급락해 일정한 담보 수준 아래로 떨어진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증권사는 고객에게 담보 부족분을 2일 내에 추가로 입금해 줄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 주식에 대해 강제로 하한가 매도 주문을 내는 반대매매가 나간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종목별로 신용융자 한도나 담보 유지 비율이 다르지만 통상 담보 유지 비율 140%를 유지해야 할 경우 신용으로 산 주식의 주가가 16% 이상 떨어지면 추가 담보 요청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흐름이 불확실하다 보니 추가로 담보를 넣기보다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그냥 반대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2조9870억원이던 신용융자 잔액이 이달 4일까지 9일 연속 감소하며 2조2380억원으로 줄어든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비중이 높은 종목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신용 비중이 높은 종목 중에서 한신기계 동양철관 서원 선도전기 광명전기 SH에너지화학 대원화성 교보증권 세방전지 코아스웰 아티스 금호산업 등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0% 이상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신용융자는 주가 상승 과정에서는 가수요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잠재매물이 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담보 부족 계좌가 또 다른 담보 부족 계좌를 부르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