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많았지만 입덧기간 끝나가"...김윤옥 여사, 여기자들과 '솔직토크'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5일 청와대에서 국내 언론사 여기자 40여명과 오찬 겸 간담회를 가졌다. 김 여사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지지율 추락,인사 파문과 최근 종교계 갈등까지 '바람 잘 날 없던' 청와대 200여일간의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공식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김 여사는 쇠고기 파동 등으로 그간 겪었던 '마음 고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앞마당인 녹지원을 가리키며 "여기서 사슴이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자연환경이 어려운 일도 잘 헤쳐나가게 해준 것 같다"며 심경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김 여사는 "지지율이 밑바닥을 치면 앞으로 올라가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지율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김 여사는 "어려울 때마다 '입덧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덧 지나면 태동하고 태교하면 열 달 후에 새 생명이 탄생한다. 입덧하면 토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며 "이제 입덧은 거의 끝나간다고 본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또 "오늘 제가 즐겨하는 닭강정을 내왔는데 같은 재료라도 내가 늘 먹던 것과 다르면 '맛 없다'고 생각하게 되더라"며 "나하고 생각이 다르면 다 틀리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들이 나무에 올라가서 '떨어진다,조심해라'라고 하면 애들은 꼭 떨어진다. 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 잘하라고 긍정적인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국민들에게 솔직한 바람을 털어놓았다.

김 여사는 "대통령이 너무 일찍 일어나서 아래 분들이 힘들어한다. '9시나 9반에 나오시도록 해 달라'고 하기에 제가 그건 '대통령을 두번 죽이는 일이다'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30분 늦춘 8시반에 나오는데 그때까지도 지겨워하더라"고 귀띔했다.

친척인 김옥희씨의 비리 사건에 대해 "(영부인) 자리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불교계의 반발에 대해선 "소통이 안 되지 않았나 아쉬움을 느꼈다"며 "묵묵히 지켜보면서 대화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본다. 중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돌발적인 질문을 여럿 던졌지만 김윤옥 여사의 답변은 거침없었다. 한 기자가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야기를 꺼냈다. 진행을 하던 김은혜 부대변인이 '측근 이야기는 이미 답변하셨다'며 난처해하자 김 여사는 오히려 "김옥희씨 사건만 답변했고 사위 이야기는 안 했는데"라며 마이크를 거머쥐고는 "셋째 사위는 제가 아직 믿고 있지만 조사 중이니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영부인이 대통령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대권 생각은 없느냐'는 우스개 섞인 질문에는 "자꾸 그런 이야기하면 착각할 때도 있다. 선거운동할 때 고문들이 총선 한번 나가보라고 하셨는데 공천을 안 주셔서 못 나갔다"고 답해 좌중의 폭소가 터졌다. 그런 김 여사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조언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찬간담회 말미에 들러 "일년에 두세 번은 와달라"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