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권의 책 낸 성균관대 이대근 명예교수]“경제대통령보다 교육대통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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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ㆍ한글 병용을 주장하며 오랫동안 국어교육 강화를 부르짖어 온 뉴라이트 계열의 성균관대 이대근 명예교수가 대학 졸업 이후 40여년간 쓴 글을 모아 최근 4권의 책을 냈다. 전공인 경제학 관련 서적 2권과 수상ㆍ평론집 2권이다.
평소 사람들이 당연시 하는 문제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과 논리로 색다른 주장을 내놓곤 했던 이 교수는 2005년 정년퇴직 이후에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세상과 항상 소통하며 살고자 하는 노(老)교수를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먼저 책을 내신 것 축하합니다. 4권의 책을 한꺼번에 출간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셨습니까?
"2005년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한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썼던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산업은행에 다니던 사회 초년병 시절 쓴 글부터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까지 200자 원고지 6000~7000매는 족히 될 것 같더군요. 이걸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책으로 엮은겁니다. 중복되는 글들은 추려내고, 원고지 각각 120매 내외의 논문다운 글 30편을 두 갈래로 나눴더니 경제학 관련 서적 2권을 충분히 쓸 분량이 됐습니다. 여기에 원고지 30~70매 정도의 평론 형식을 갖춘 중편 글과 신문 잡지 등에 보낸 10매 내외의 간단한 수상이나 시평 류의 글을 모아 또 2권의 책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경제학 관련 서적인 '세계경제 시스템과 동아시아', ' 현대한국경제론'과 평론ㆍ수상집인 '민족주의는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이젠 세발 자전거로 달릴때다' 등 모두 4권을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처음에는 출판사를 직접 만들어 책을 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재미없는 경제학 서적인데다 주요 단어는 꼭 한자로 쓰고 싶은데 출판사에서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분께서 한울출판의 김종수 사장을 소개해 줬고, 이쪽에서 흔쾌히 책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이왕이면 4권을 한꺼번에 출간하는 게 출판사의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동시에 4권의 책을 발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40년 동안 동안 논문과 단행본,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활발한 글쓰기 활동을 하셨습니다. 글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글을 많이 쓰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잘 아는 분야의 글을 써야할 것만 쓰는 것이 맞는 것이죠. 그런데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써댄 것은 원고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제 성격 탓입니다. 물론 글쓰기에 욕심도 많습니다. 서로 잘 맞아 떨어진거죠. 산업은행 조사부 재직 시절에는 글쓰는 기계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지금와서 봐도 꽤 괜찮은 글도 있지만 굳이 안 써도 되는 잡글도 많아서 후회되기도 해요. 그 시절 글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마비됐습니다. 지금도 연필을 정상적으로 못 쥐어요. 아마 컴퓨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글을 아예 못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경제학자임에도 국어와 한문교육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 한문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어 실력'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 하나를 썼습니다. 한마디로 국어실력이 형편없지요. 예컨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명박 캠프 사람들이 대통령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써 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도 했죠. 말이 안 됩니다. 사람 '인(人)'자는 보통 문인, 언론인 같이 추상적 표현에 주로 씁니다. 반면 '자(者)'자는 합격자, 피해자, 수혜자 등 구체적으로 일을 당한 당사자를 뜻합니다. '인'이 '자'보다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당선자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설령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이 맞는 표현이라 해도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은 모두 어떻게 할 건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법적, 행정적 개정 절차도 없이 단지 당선자 자신이 원한다고 이를 제멋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영어몰입교육도 그렇습니다. 영어교육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의미로 '몰입(沒入)'이라는 말을 가져다 썼는데, 몰입의 기본적인 단어 뜻을 제도로 파악하지 못한 행태입니다. 말 그래로라면 영어는 몰입해서 해야 하고 다른 과목은 몰입하지 않아야 하는 지 묻고싶습니다. 사람이나 정권이나 기본이 되어있는 지 아닌지는 말과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말과 행동은 국어실력이 좌우합니다. 국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자는 국어를 제대로 쓰기 위해 필요한 도구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한자에서 따온 축약형 단어가 많은데, 예컨대 경세제민은 경제라고 하는 따위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한문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사원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국어능력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국어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쓰는 것을 안 가르쳐서 그렇습니다. 일기든, 편지든 자꾸 써야 합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요즘은 쓰는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학생의 리포트 내용은 보지도 않고 채점하고, 초등학교 선생들은 쓸 데 없는 띄어쓰기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학생들이 굳이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교육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주체는 학생이 아닌, 선생입니다. 미국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교육을 한다고 떠드는데, 철저하게 교수가 주도권을 잡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교가 힘이 생기면 사교육은 자연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선생이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서 학교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번에 나온 책 '세발자전거로 달릴 때'에서 이승만 시대의 보안과 박정희 시대의 경제라는 두 축에서 1990년대 이후 교육을 더 해 이제는 세발자전거 시대로 들어섰다고 역설하셨습니다. 특히 지금의 시대정신은 교육이지 경제가 아닌 것으로 보셨는데, 이명박 정부가 시대정신을 잘 못 읽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이 경제경제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가가 앞정서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습니다. 외부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사정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독일, 일본, 영국 등 선진국 대부분도 대통령이 나서 경제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747 정책’도 완전히 엉터리인 것이죠. 지금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삶을 거부하고 배부른 돼지의 삶을 이어가라는 얘깁니다. 산업화를 거친 한국에서 정작 정신혁명은 부재했기 때문에 지금 정치, 사회적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겁니다. 소 달구지를 끌던 정신을 갖고 자가용을 몰고 있는 셈인거죠. 지금 한국에서는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교육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교육 이외에 이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입니다. 한ㆍ일 관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 놓지 않고는 한국 스스로 양심적이라 할 수 없을 뿐더러 국제적으로도 대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일부 정치인이나 역자학자들이 일제강점기라는 선동적이고 허구적인 문구를 만들어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은 그 시대의 특수한 상황 탓이었는데 이들은 마치 한국만 큰 피해를 본 것처럼 말합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앞다퉈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인 뿐인데 말이죠. 그럼 일본이 그럼 식민 기간 동안 전부 몹쓸 짓만 했느냐? 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을 굉장히 근대화 시켰습니다. 이건 인정을 해야 하는 겁니다. 도로 닦고 학교 세우고 일본이 도움을 준 것도 얼마나 많습니까.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객관화해 바라봐야 사회가 건강한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온통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매몰 돼 실체도 없는 것에만 매달려 제대로 볼 눈이 없습니다. 한국은 좀 더 국제화 되고 객관화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만 외칠게 아니라 세계로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죠"
이 교수는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ㆍ일 간에 독도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를 풀어가려는 노력보다는 국민과 정부 모두 감정적으로만 대응하고 있어 아무것도 못 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1939년생인 이 교수는 앞으로 교단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책임 있는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르치는 것도 할 만큼 했다"면서 "교수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은 더욱 못 할 짓"이라고 말해 정치참여 교수, 이른바 ‘폴리페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daeklee)를 방문하면 그가 최근 쓴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평소 사람들이 당연시 하는 문제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과 논리로 색다른 주장을 내놓곤 했던 이 교수는 2005년 정년퇴직 이후에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세상과 항상 소통하며 살고자 하는 노(老)교수를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먼저 책을 내신 것 축하합니다. 4권의 책을 한꺼번에 출간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셨습니까?
"2005년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까지 한 것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썼던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산업은행에 다니던 사회 초년병 시절 쓴 글부터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까지 200자 원고지 6000~7000매는 족히 될 것 같더군요. 이걸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책으로 엮은겁니다. 중복되는 글들은 추려내고, 원고지 각각 120매 내외의 논문다운 글 30편을 두 갈래로 나눴더니 경제학 관련 서적 2권을 충분히 쓸 분량이 됐습니다. 여기에 원고지 30~70매 정도의 평론 형식을 갖춘 중편 글과 신문 잡지 등에 보낸 10매 내외의 간단한 수상이나 시평 류의 글을 모아 또 2권의 책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6월 경제학 관련 서적인 '세계경제 시스템과 동아시아', ' 현대한국경제론'과 평론ㆍ수상집인 '민족주의는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이젠 세발 자전거로 달릴때다' 등 모두 4권을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처음에는 출판사를 직접 만들어 책을 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재미없는 경제학 서적인데다 주요 단어는 꼭 한자로 쓰고 싶은데 출판사에서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평소 알고 지내던 분께서 한울출판의 김종수 사장을 소개해 줬고, 이쪽에서 흔쾌히 책을 찍겠다고 했습니다. 이왕이면 4권을 한꺼번에 출간하는 게 출판사의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동시에 4권의 책을 발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40년 동안 동안 논문과 단행본, 신문과 잡지 등을 통해 활발한 글쓰기 활동을 하셨습니다. 글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글을 많이 쓰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잘 아는 분야의 글을 써야할 것만 쓰는 것이 맞는 것이죠. 그런데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써댄 것은 원고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제 성격 탓입니다. 물론 글쓰기에 욕심도 많습니다. 서로 잘 맞아 떨어진거죠. 산업은행 조사부 재직 시절에는 글쓰는 기계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지금와서 봐도 꽤 괜찮은 글도 있지만 굳이 안 써도 되는 잡글도 많아서 후회되기도 해요. 그 시절 글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마비됐습니다. 지금도 연필을 정상적으로 못 쥐어요. 아마 컴퓨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글을 아예 못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경제학자임에도 국어와 한문교육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요즘같은 시대에 한문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최근 '이명박 정부의 국어 실력'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 하나를 썼습니다. 한마디로 국어실력이 형편없지요. 예컨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명박 캠프 사람들이 대통령 당선자를 당선인으로 써 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도 했죠. 말이 안 됩니다. 사람 '인(人)'자는 보통 문인, 언론인 같이 추상적 표현에 주로 씁니다. 반면 '자(者)'자는 합격자, 피해자, 수혜자 등 구체적으로 일을 당한 당사자를 뜻합니다. '인'이 '자'보다 훨씬 넓은 개념입니다. 따라서 당선자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설령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이 맞는 표현이라 해도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은 모두 어떻게 할 건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법적, 행정적 개정 절차도 없이 단지 당선자 자신이 원한다고 이를 제멋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영어몰입교육도 그렇습니다. 영어교육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의미로 '몰입(沒入)'이라는 말을 가져다 썼는데, 몰입의 기본적인 단어 뜻을 제도로 파악하지 못한 행태입니다. 말 그래로라면 영어는 몰입해서 해야 하고 다른 과목은 몰입하지 않아야 하는 지 묻고싶습니다. 사람이나 정권이나 기본이 되어있는 지 아닌지는 말과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말과 행동은 국어실력이 좌우합니다. 국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자는 국어를 제대로 쓰기 위해 필요한 도구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한자에서 따온 축약형 단어가 많은데, 예컨대 경세제민은 경제라고 하는 따위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한문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입사원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국어능력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국어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쓰는 것을 안 가르쳐서 그렇습니다. 일기든, 편지든 자꾸 써야 합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온전히 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한데, 요즘은 쓰는 것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학생의 리포트 내용은 보지도 않고 채점하고, 초등학교 선생들은 쓸 데 없는 띄어쓰기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학생들이 굳이 글쓰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교육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주체는 학생이 아닌, 선생입니다. 미국식으로 가야 한다면서 우리도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교육을 한다고 떠드는데, 철저하게 교수가 주도권을 잡고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교가 힘이 생기면 사교육은 자연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선생이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서 학교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번에 나온 책 '세발자전거로 달릴 때'에서 이승만 시대의 보안과 박정희 시대의 경제라는 두 축에서 1990년대 이후 교육을 더 해 이제는 세발자전거 시대로 들어섰다고 역설하셨습니다. 특히 지금의 시대정신은 교육이지 경제가 아닌 것으로 보셨는데, 이명박 정부가 시대정신을 잘 못 읽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이 경제경제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국가가 앞정서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습니다. 외부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라면 사정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독일, 일본, 영국 등 선진국 대부분도 대통령이 나서 경제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747 정책’도 완전히 엉터리인 것이죠. 지금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삶을 거부하고 배부른 돼지의 삶을 이어가라는 얘깁니다. 산업화를 거친 한국에서 정작 정신혁명은 부재했기 때문에 지금 정치, 사회적 대혼란을 겪고 있는 겁니다. 소 달구지를 끌던 정신을 갖고 자가용을 몰고 있는 셈인거죠. 지금 한국에서는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교육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교육 이외에 이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입니다. 한ㆍ일 관계를 정상적으로 만들어 놓지 않고는 한국 스스로 양심적이라 할 수 없을 뿐더러 국제적으로도 대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일부 정치인이나 역자학자들이 일제강점기라는 선동적이고 허구적인 문구를 만들어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은 그 시대의 특수한 상황 탓이었는데 이들은 마치 한국만 큰 피해를 본 것처럼 말합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앞다퉈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인 뿐인데 말이죠. 그럼 일본이 그럼 식민 기간 동안 전부 몹쓸 짓만 했느냐? 노!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을 굉장히 근대화 시켰습니다. 이건 인정을 해야 하는 겁니다. 도로 닦고 학교 세우고 일본이 도움을 준 것도 얼마나 많습니까.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모두 객관화해 바라봐야 사회가 건강한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온통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매몰 돼 실체도 없는 것에만 매달려 제대로 볼 눈이 없습니다. 한국은 좀 더 국제화 되고 객관화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만 외칠게 아니라 세계로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죠"
이 교수는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한ㆍ일 간에 독도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를 풀어가려는 노력보다는 국민과 정부 모두 감정적으로만 대응하고 있어 아무것도 못 한 꼴이라는 지적이다.
1939년생인 이 교수는 앞으로 교단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책임 있는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르치는 것도 할 만큼 했다"면서 "교수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은 더욱 못 할 짓"이라고 말해 정치참여 교수, 이른바 ‘폴리페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daeklee)를 방문하면 그가 최근 쓴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