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증시 지킴이' 역할 톡톡 … 대형주 집중매수 지수방어 효과 극대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증시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연기금이 코스피지수가 1400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 수급의 안전판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기금이 살려 놓은 반등의 불씨를 키워가려면 투신의 매수세가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일 코스피지수는 19.75포인트(1.4%) 오른 1426.89에 장을 마쳐 사흘 만에 올랐다. 주가 반등의 일등공신은 연기금이었다. 연기금은 장중 내내 매수 규모를 키워 1435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4306억원에 비해선 순매수 규모가 줄었지만 장 초반 1400선이 무너지면서 위축된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엔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날 연기금은 삼성전자 등 주요 대형주의 쏟아지는 매물을 소극적으로 받아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세를 올리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수 1400선을 지키고 무너진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려는 의지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연기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 매수세를 집중시켜 지수 방어의 효과를 키웠다. 실제로 코스피지수 1500선이 깨진 지난달 26일 이후 이달 2일까지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가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신한지주 현대중공업 SK텔레콤 현대차 KT&G KT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들이다.

연기금의 매수세로 지수가 반등하자 전날 4246억원어치를 처분하며 투매 양상을 보였던 개인들의 매도 강도도 약화돼 이날은 1339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연기금 입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내재가치에 비해 과매도된 현 주가 수준에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수익률 관리와 함께 시장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12일째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장중 순매수를 보이다 막판에 92억원의 소폭 순매도로 돌아서 매도 강도가 크게 약화됐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도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차거래보다는 저점 매수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커졌다"며 "최근 대차거래 잔액이 줄어든 반도체 보험 증권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투신권이 좀처럼 매수세에 가담하지 않고 있어 증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분석이다.

조 부장은 "투신이 펀드 환매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면서 "9월 금융시장 불안의 최대 고비로 꼽히는 외국인 보유 국고채의 만기일(9,10일)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11일)을 무난히 보내고 나면 '수급 불안의 주범'에서 '반등의 선봉장'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