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자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 환율이 더 오를 경우 앉아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LG전자 관계자는 2일 "환율 상승 기조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해 달러화의 헤지 비율을 지난달보다 낮췄다"며 "달러화를 현금으로 갖고 있는 비율이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달러화 보유 비율을 높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자원과 자금 활용에 있어 예측이 불가능해진다"며 "다양한 환율 전략이 가능하지만 당분간은 달러 보유 비율을 높이는 형태로 외환시장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GM대우 등 자동차 업체들도 달러화를 움켜쥐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대ㆍ기아차 외화자금팀 관계자는 "달러화를 비싸게 팔 수 있는 타이밍을 잡기 위해 고심 중"이라며 달러화를 당분간 보유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유사 등 원재료 수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달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 정유업체인 SK에너지의 경우 원유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빌린 달러화 부채는 31억달러 선이다. 환율이 1원 오를 때마다 3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2~3일간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환율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외화 부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현물시장에서 도입하는 원유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상 상황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만약에 대비해 외환시장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기업의 자금팀 담당자들도 환율이 언제까지 고공 비행할지 몰라 환율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업체는 되도록 환전을 미루고 수입업체는 가능한 서둘러 달러를 사들이려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환율 변동성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