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민간 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를 공동인수하겠다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산은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거론된 하나금융을 포함해 시중은행들은 하나같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은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도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리먼 브러더스의 부실규모,산은의 관리능력,외화유동성 부족 시기에 대규모 달러 투입 등에 대한 부정적 견해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산은 컨소시엄 구성될까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기 위해 민간은행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2일 말했다. 민 행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신용회복기금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리먼 브러더스를 단독 인수하는 것보다 공동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여러 곳과 얘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산은과 리먼 공동 인수에 나설 파트너로 금융계에선 하나금융을 일단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산은의 리먼 지분 인수 검토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지분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은 "산은으로부터 공식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리먼 인수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신한금융은 "현재 신한카드 전산통합 작업을 안정적으로 이루고 신한BNP파리바투신과 SH자산운용의 통합에 주력할 때"라며 역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민간 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중앙회도 리먼 인수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산은의 컨소시엄엔 최대 3개 금융회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동인수 성사도 미지수

민 행장은 "리먼 브러더스에 대한 실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잠재부실 규모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을 포함해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당초 지난 2분기 결산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을 대부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가 3분기에 35억달러의 추가 상각을 해야 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나오는 등 추가부실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은 실사를 해도 제대로 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헤쳐나가야 할 더 큰 문제는 '달러'다.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외화차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과 주식을 팔아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리먼 브러더스의 시가총액은 8월 말 현재 112억달러.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50% 미만의 프리미엄을 지급한다고 가정해도 인수총액은 60억~80억달러에 이른다.

박준동/정인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