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세제개편안'은 '저세율'과 '합리적 과세'를 모토로 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을 낮추고,이념적 편향에 따라 왜곡된 조세체계는 합리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모든 세목에 걸쳐 관철됐다.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법인세율 인하시기가 일부 연기됐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자기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개편안이라는 평가다.

◆표류하던 실용정부,정면승부로 선회

"하고 싶은 건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관을 뚜렷하게 담았다. 주요 세목을,그것도 뼈대 부분을 남김없이 건드렸다. 비과세 감면조항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땜질'식 처방만 해온 여느 세제개편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소득세율을 전격 인하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과감하게 수정했다. 종부세는 향후 있을 추가 발표에서 전반적인 조정을 하겠다고 예고까지 해놓았다. 특히 '부자를 위한 정부'라는 비난이 나올 게 뻔한데도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 조정했고,상속ㆍ증여세율도 인하하는 강공책을 썼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색깔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새겨듣고 있다"며 "정치적 계산이나 여론 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경제를 위해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생각하고 세제개편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개편안뿐 아니라 조만간 내놓을 내년도 예산안에도 실용정부의 경제철학을 뚜렷하게 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촛불시위 이후 여론의 눈치를 많이보던 이명박 정부가 자기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감세규모와 경제효과는

총 감세 규모는 26조4010억원(고유가 대책 포함)에 달한다.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이어 소득세 5조8000억원,상속ㆍ증여세 9000억원,관세 8000억원,개별소비세 6000억원,기타 3조4000억원 등의 순이다. 2009년 한 해 기준 감세액은 14조2350억원으로 추정된다.

감세가 예정대로 실행되면 조세부담률은 작년 말 22.7%에서 2009년 22.3%로 0.4%포인트 낮아진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미국(20.6%) 일본(17.3%)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16.8%) 대만(14.1%) 홍콩(12.7%) 싱가포르(13.0%) 등 주변 경쟁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세제개편의 경제효과에 대해서는 검증된 연구 결과가 없지만 정부 분석으로는 성장률이 0.7~0.8%포인트 상승하고 소비는 0.5%포인트,국내 투자는 7%포인트 늘어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적 효과는 전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만큼 판단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에 문제 없나

2009년 세수감소 규모 14조2350억원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일시적인 감소액 3조5840억원을 뺀 항구적 감소액은 10조6510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 감소액은 세수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증가 등에 따른 항구적 세수증가 규모는 매년 8조~9조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5조3000억원 더 걷혔고,올해 세수도 10조원 이상 초과 징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내년도 세출을 적절히 통제한다면 크게 적자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이어서 각종 공약사업을 집행해야 할텐데 예산을 줄일 수 있을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실장은 "감세가 시장활성화와 소비ㆍ투자증가,경제성장,세수증대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세수가 줄어드는 것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다"며 "감세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식/정재형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