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한파가 몰아 닥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선진국 경제의 동반 침체 여파로 반도체 휴대폰 LCD(액정디스플레이) TV 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IT업계의 최고 성수기로 꼽혀온 3분기 실적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물론 삼성 LG 등 국내 주력기업들의 경쟁력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간 출혈경쟁의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향후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영업익 '1조원 미만'?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회사 측이 내놓은 3분기 전망치가 2조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만에 50%나 줄어든 것이다. 업계는 그 이유로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제품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와 LCD 가격이 반등은커녕 하락폭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휴대폰과 TV 등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경기가 되살아날 모멘텀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호황가도를 달렸던 LG전자 역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8560억원에 달했지만 증권가는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5800억원 선으로 내려잡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도 시장에서의 휴대폰 판매가 줄고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휴대폰 사업부문의 이익이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속화되는 '치킨게임'

반도체와 LCD 시장의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 주도권을 둘러싼 '치킨게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어느 한쪽이 시장을 포기할 때까지 물량공세를 멈추지 않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낸드플래시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를 추격해오고 있는 일본의 도시바는 최근 300㎜ 웨이퍼 기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올 12월까지 월 25만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TV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자웅을 다투는 소니도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현금성 자산 6조2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사업의 공격적인 투자를 유지해 시장주도권을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5억1200만달러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27.5%)보다 2.8%포인트 높은 시장점유율(30.3%)을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도 경북 구미에 1조3600억원을 투자해 노트북과 모니터용 LCD 패널을 생산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시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