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변기 재테크] 원ㆍ달러 환율 1200원선도 염두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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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1일 30원 가까이 오르며 1110원을 넘어섰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을 넘어선 뒤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펀더멘털(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수급(달러 부족),심리(정부의 시장 개입 약화) 등 세 가지 요인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일각에선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약해진 정부의 시장 개입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무엇보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부의 '환율 안정을 통한 물가 잡기' 노력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역내외에서 '달러 매수'가 이어진 것.이 과정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환율 상승 심리가 되살아났다. 특히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조차 실제 개입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실탄(정부가 매도 개입할 수 있는 달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됐다.
정부도 굳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환율 상승을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것은 물가 불안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 상승 억제용'이라기보다 환율 상승의 속도를 늦추는 '속도 조절용'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여건도 '환율 상승'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도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내 경제는 최근 물가 불안 못지 않게 경기 하강 압력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비는 지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위축돼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하락(원ㆍ달러 환율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난 수년간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유럽과 일본 경제 역시 하강 압력에 시달리면서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수급 측면에서는 '달러 부족'이 심각하다.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외국인들은 올해 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Sell Korea)' 수준의 공격적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채권시장에서도 순매도를 기록하며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도해 본국에 송금하려면 달러를 사야 하고 이는 결국 원ㆍ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지난 7월 경상수지가 2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자본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57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 우려가 한층 커졌다. 또 중국 등 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환헤지를 위해 달러를 팔아놓은 해외 펀드들이 달러를 되사들이고 있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주체는 정부를 빼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달러 공급원이라 할 수 있는 조선 등 수출업체는 작년 말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과도한 선물환 매도에 나선 탓에 지금은 손에 쥔 달러가 별로 없다. 또 그나마 가지고 있는 달러는 최대한 매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환율 급등에 놀라 달러 매수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 온통 환율 상승 요인만 보이는 상황이다.
◆환율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잇따라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부적으로 원ㆍ달 환율 전망치를 연평균 1010원 수준으로 높였다. 당초 지난 6월에 연평균 환율을 985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조만간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현재 983원에서 1000원 이상으로 올릴 예정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고유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식시장 내 자금 이탈 등을 반영해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도 연평균 환율을 933원에서 1013원으로 높였다. 이 연구소의 이영숙 박사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향후 1~2개월 안에 환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후 시장이 안정되면 유가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환율 전망 상향 조정에 가세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7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치를 넘어섰다며 연말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980원에서 1100원으로 올렸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오버슈팅(과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1200원 선 근처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약해진 정부의 시장 개입
최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무엇보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가 '예전같지 못하다'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부의 '환율 안정을 통한 물가 잡기' 노력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역내외에서 '달러 매수'가 이어진 것.이 과정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환율 상승 심리가 되살아났다. 특히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조차 실제 개입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실탄(정부가 매도 개입할 수 있는 달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됐다.
정부도 굳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면서까지 환율 상승을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르는 것은 물가 불안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 상승 억제용'이라기보다 환율 상승의 속도를 늦추는 '속도 조절용' 성격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여건도 '환율 상승'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도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국내 경제는 최근 물가 불안 못지 않게 경기 하강 압력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비는 지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위축돼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하락(원ㆍ달러 환율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난 수년간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유럽과 일본 경제 역시 하강 압력에 시달리면서 '달러화가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수급 측면에서는 '달러 부족'이 심각하다.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외국인들은 올해 초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Sell Korea)' 수준의 공격적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채권시장에서도 순매도를 기록하며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매도해 본국에 송금하려면 달러를 사야 하고 이는 결국 원ㆍ달러 환율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지난 7월 경상수지가 2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자본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57억7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 우려가 한층 커졌다. 또 중국 등 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환헤지를 위해 달러를 팔아놓은 해외 펀드들이 달러를 되사들이고 있는 점도 수급 측면에서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할 주체는 정부를 빼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주요 달러 공급원이라 할 수 있는 조선 등 수출업체는 작년 말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과도한 선물환 매도에 나선 탓에 지금은 손에 쥔 달러가 별로 없다. 또 그나마 가지고 있는 달러는 최대한 매도를 늦추는 분위기다.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환율 급등에 놀라 달러 매수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시장에 온통 환율 상승 요인만 보이는 상황이다.
◆환율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잇따라 환율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부적으로 원ㆍ달 환율 전망치를 연평균 1010원 수준으로 높였다. 당초 지난 6월에 연평균 환율을 985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조만간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현재 983원에서 1000원 이상으로 올릴 예정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고유가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주식시장 내 자금 이탈 등을 반영해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도 연평균 환율을 933원에서 1013원으로 높였다. 이 연구소의 이영숙 박사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향후 1~2개월 안에 환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후 시장이 안정되면 유가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환율 전망 상향 조정에 가세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7월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치를 넘어섰다며 연말 원ㆍ달러 환율 전망치를 980원에서 1100원으로 올렸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오버슈팅(과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1200원 선 근처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