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지출이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 현상까지 겹치며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내부기준금리 인상

우리은행은 9월부터 본점과 지점 간 거래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금리(MOR)를 연 0.3%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우리은행이 내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기업은행도 장단기 금리차 확대를 감안해 변동금리형 대출에 적용되는 내부 기준금리를 작년 12월 이후 9개월여 만에 연 0.20%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9월 기준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인상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19일 신용대출의 기준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했다. 씨티은행은 3월 중순 이후 8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해 총 0.65%포인트 올렸다.

내부 기준금리 인상은 신용대출,중소기업대출 금리 인상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내부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존 대출자의 경우 별 영향이 없지만 신규 대출자의 경우 인상된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기ㆍ가계 부담 가중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 3월 초 연 5.17%로 저점을 찍은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끝에 8월 말 연 5.79%를 기록했다. CD 금리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가 되기 때문에 CD 금리 상승은 가계 이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국민 신한 등 주요 은행들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연 8%를 넘어섰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10%에 육박하고 있다.

중소기업 역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억제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 둔화와 환율 급등으로 경영난에 처한 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늘고 있지만 돈을 구하지 못해 난처한 지경에 처했다. 국민은행의 중기 대출 증가액은 7월 9000억원에서 8월 말 현재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한은행의 8월 증가액도 2800억원으로 7월 63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예ㆍ적금 가입자에게는 기회

한편 금리 인상은 예ㆍ적금 가입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연 7% 이상의 이자를 지급하는 적금까지 등장했다. 농협은 1일부터 '사랑애(愛)적금' 3년 만기 금리를 연 7.05% 적용하기로 했다. 1년제 '하이킥플러스예금Ⅱ'의 최고 금리도 연 6.60%로 올렸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주요 은행들은 예ㆍ적금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국민은행 '와인정기예금'은 1년제가 6.5%,우리은행 '팝콘예금'은 6.38%의 금리를 주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들 중 1년제 정기예금에 연 7% 이상의 고금리를 주는 곳도 15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연 7%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은 한 곳밖에 없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