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그린IT 전략을 이렇게 세밀한 부분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ㆍ일 양국의 그린 IT 추진 현황'세미나에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이승우 지식경제부 정보전자산업과장은 '당황 반,부러움 반'의 표정이었다. 호시노 다케오 일본 경제산업부 참사관이 일본 민ㆍ관의 그린IT 추진 전략을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가며 설명한 뒤였다.

추가 취재를 위해 이 과장을 이끌고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언제 뒤따라 왔는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이 과장에게 명함을 꺼내며 말을 건넸다. 그는 "통신 쪽 그린IT에서 일본은 이미 자국 제품의 글로벌 표준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며 "(통신 정책을 맡고 있는) 방통위도 뭔가 해야 하는데 이제 시작하려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합의,온실 가스 배출량을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감축한다. 당장 온실 가스를 줄일 필요가 없는 우리보다 준비가 많았음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는 한ㆍ일 간 녹색성장 전략의 간극차가 얼마나 큰지 그대로 보여줬다. 호시노 참사관은 이런 고민을 얘기했다.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 오히려 법 제재를 받는 상황이 생기더군요. 제품이 인기가 좋아 생산량이 늘면서 일반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 기업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아진 것이지요. 일본 정부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고 고심중입니다. " 바둑으로 비유하면 일본 정부는 몇 수 앞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도 녹색 성장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출발이 썩 매끄러워 보이진 않는다. 지경부에 '그린'을 내건 조직은 산업환경과,정보통신총괄과,정보통신활용과,기후변화정책팀,에너지자원정책과 등 제각각이다.

후발주자가 항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으면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 '그린오션'을 석권하려는 일본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